[기자의 눈]홍성철/부안 '등교거부' 끝내야 한다

  • 입력 2003년 10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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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학생들이 빨리 돌아오기만 안타깝게 바라고 있지요.”

전북 부안군 부안고 김모 교사는 2일 원전수거물관리시설(핵 폐기장) 유치 반대 투쟁으로 학생들의 등교거부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 대해 “그저 답답할 뿐”이라며 혀를 찼다.

부안 지역 초중고교생의 등교 거부 투쟁이 39일째 계속되면서 이 지역의 교육은 공황상태가 됐다. 거리를 배회하는 제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이 지역 교사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행동에 나섰다.

부안초등학교 이강산 교사(50)가 1일부터 수업 정상화와 정부의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

이 교사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기 바란다”고 호소하면서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 교사의 주장은 아직까지는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다. 부안 주민들은 자녀의 수업 결손에 대해 ‘핵 폐기장 철회를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로 생각하는 듯하다.

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부안군 주민들은 핵 폐기장을 미래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 핵 폐기장은 부안지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라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학생들이 고향의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부안의 진정한 미래상은 바로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자녀 교육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다. 핵 폐기장 유치를 막기 위해 또 다른 미래를 희생하는 것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실수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에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핵 폐기장 반대 운동과 등교 거부 운동을 동일한 사안으로 보지 말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거부 사태만큼은 우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업 공백이 장기화되면 학력 결손이 누적되고 학습 습관이 무너져 나중에 이를 바로잡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핵 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는 단체들도 학교가 아닌 PC방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녀들을 보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들린다. 부안 지역 학부모들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홍성철 사회1부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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