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친북행적 시인…신병처리 새국면

  • 입력 2003년 9월 30일 0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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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宋斗律)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29일 북한 노동당 입당 등 친북 행적을 시인하면서도 국가정보원에 사실상의 ‘전향서’나 다름없는 문서를 제출해 그의 신병처리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외견상으로 볼 때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철수’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 교수가 노동당 입당까지 한 것으로 확인돼 당국의 선처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그러나 국정원 조사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송 교수에 대한 전향적인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징후들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송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에 따르면 우선 송 교수는 국정원 조사에서 스스로 자신이 노동당원이었고 북한 입국시 한 번에 수백달러씩 수차례나 항공료를 보조받은 사실까지 자백했다.

반면 북한의 최고위급 간부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는지’에 대한 국정원의 강도 높은 추궁에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밝혀질 경우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면서 송 교수가 이날 △노동당 탈당 의사 △한국민에 대한 사과 △준법 약속을 담은 문서를 국정원에 제출해 선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사실상 ‘반성문’ 및 ‘준법서약서’와 같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공안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공소보류’ 등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셈.

실제로 1980년대 주사파 이론가인 김영환씨는 90년대 중반 북한 노동당에 입당하고 월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으나 나중에 남한의 공안 당국에 반성문을 제출한 뒤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 교수의 입당 경위 및 북한 방문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입당 원서를 쓰게 된 경위는….

“한국에 들어올 때 입국신고서를 쓰듯이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해서 아무 개념 없이 썼다고 한다. 거리낄 게 없었기 때문에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먼저 노동당 입당 사실과 함께 북한 입국시 항공료 일부를 보조받았다는 점도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공작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왜 그동안 노동당원이라는 이야기는 안 했나.

“아무 생각 없이 입당 원서를 썼기 때문에 당원이라는 인식을 못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러면 내가 더 이상 당원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하겠다’고 생각해 국정원에 이런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한 것이다.”

─이를 준법서약서라고 봐도 되나.

“그건 알아서 판단해라.”

─북한에는 언제 처음 갔나.

“73년으로 당시는 북한에서 해외 동포들을 많이 초청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갔다고 한다. 당시는 유신 이후라 남쪽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해외 동포들이 북한에 많이 갈 때였다. 그 후 80년대 말에 한 번 더 갔고 90년대 학술대회 참석차 간 것을 치면 10여 차례 된다.”

─갈 때마다 김철수로 갔나.

“94년 김일성 장례식 때 처음 김철수란 이름으로 갔다고 한다. 북한에서 ‘당신이 김철수란 이름으로 초청돼 있으니까 꼭 오라’고 해서 가게 됐다. 그 뒤 다시 북한이 김철수라고 불러 ‘내가 왜 김철수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항의했다는 자료도 있다.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니라는 가장 중요한 자료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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