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균형선발제 성공하려면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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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에 처음 도입하는 지역균형선발제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 경제적 교육환경이 처지는 지역의 수험생에게 입학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모든 고교에 3명씩 추천권을 주고 내신 성적 위주로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로서 그동안 서울대 입학이 쉽지 않았던 소외 지역의 수험생에게 잠재적 문호를 개방한 셈이다.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선 고교가 관리하는 내신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유일한 선발기준은 내신 성적인데 내신을 믿을 수 없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부 고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내신 부풀리기’는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대학들이 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내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대는 ‘내신 부풀리기’를 염두에 두면서 잠재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별해 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대도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 서울대 진학 실적은 큰 차이가 있다.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도 입학 기회가 확대되어야 서울대가 내건 진정한 ‘지역균형’ 선발이 될 수 있다.

서울대는 현행 내신 성적 산출방식이 학생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에 유리하기 때문에 지방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새로운 산출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골 학생의 불이익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대도시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보완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 제도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현실적으로 학력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격차를 메우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에 대학 당국의 치밀한 고려가 따라야 한다. 서울대의 본질적인 의무는 인재 양성과 대학 경쟁력 강화다. 지역 배려는 그 다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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