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파문 어디로]大法 "추천안대로 임명제청" 원칙고수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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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측이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 추천한 후보자들에 대해 임명 거부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최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택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은 일선 법관들의 연판장 파동에도 불구하고 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근웅(李根雄·사법시험 10회) 대전고법원장, 김동건(金東建·사시 11회) 서울지법원장, 김용담(金龍潭·사시 11회) 광주고법원장 중에서 1명을 선정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달 11일 임기가 만료되는 서성(徐晟)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 제청은 이달 20일까지는 끝내야 하며 최 대법원장이 그때까지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당초 대법원장이 20일까지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곧바로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서를 보낸 뒤 국회가 20일간 임명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일선 법관들의 연판장 파동이 계속되는 데다 청와대가 최 대법원장의 선택에 대해 거부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대법원의 방침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관계자들도 대법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과 거부권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제3공화국 헌법에는 대법관의 실질적 임명권이 대법원장에게 있었지만 ‘유신’ 헌법으로 불리는 제4공화국 헌법 이후에는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인정하는 조항이 삭제돼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은 대법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제청권’,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 중 어느 하나라도 특정 후보에 대해 ‘안 된다’는 식으로 발동되면 새 대법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시각이다.

이번 파동이 사법부와 청와대의 갈등, 또는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으로 비화되면 후임 대법관이 한동안 임명되지 못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대통령 거부 이후의 사태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최 대법원장은 헌법의 규정대로 직접 대법관 후보자 1명을 다시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최 대법원장이 선택할 후보자는 이미 지명한 3명보다 후배인 사시 12회 이후의 법관 중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사법부와 청와대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이 임명제청 이전에 대법관 인선을 사전에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양쪽의 시각차가 너무 커 양쪽 모두를 충족시킬 대법관 후보자가 나오기 힘들고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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