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부도 개혁 갈등인가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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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첫 대법관 추천을 위한 제청자문위원회(6인)가 위원인 대한변호사협회장과 법무부 장관의 퇴장 및 위원직 사퇴로 끝나버린 것은 유감이다. 대한변협과 시민단체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 중 한 사람인 서울지방법원 박시환 부장판사가 기존 서열에 따른 대법관 후보 추천에 반발해 사표를 낸 데 이어 일부 판사들이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하는 연판장 작성에 나서고 있어 자칫 ‘사법파동’이 우려된다.

대법원이 기존의 관행과 서열에 따라 사시 10, 11회 출신의 현직 법원장 3인을 후보로 추천한 데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조직의 안정을 중시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야 법조’ 출신에 대한 신중한 고려도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여성대법관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법을 통한 공동체의 발전과 새로운 가치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외교관 교수 등이 두루 참여해 우리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재판의 최종심’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법률에 대한 ‘전문성’과 재판에 대한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법부의 논리와 설명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법원이 비록 사회 안정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지라도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개혁 욕구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수(保守)는 스스로 보수(補修)할 때 진정한 보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법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한변협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시민단체도 ‘의식’과 ‘개혁성’만을 잣대로 대법관 인선을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대법관 인선이 ‘우리 편 끼워 넣기’나 ‘코드 맞추기’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현 정부에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과 9명의 헌법재판관이 교체된다.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시대적 여망을 반영한 인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갈등을 빚고 있는 세력들은 지혜와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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