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청소년 관련시설 '있으나 마나'

  • 입력 2003년 6월 10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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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인격 수련과 자질 계발을 위해 지자체들이 앞 다퉈 청소년 관련 시설을 설립하고 있으나 운영은 매우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산시에서 최근 열린 청소년 문제 학술세미나에서 대구한의대 청소년문제연구소 한상철(韓相哲·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소장은 “청소년 수련시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으나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청소년을 이용한 시설’이라고 할 정도로 운영이 엉성하다”고 비판했다.

▽청소년과 거리 먼 청소년 시설=한 교수가 대구·경북지역 중고교생 587명(남 295, 여 292)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 시설에 대한 인지도와 이용경험, 시설 만족도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지역 청소년들은 대표적인 수련시설인 청소년수련원에 대해 ‘인근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반응이 55%로 가장 많았고 ‘이용해 본 적이 있다’는 답은 21%에 불과했다.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불만: 28명(8.4%) △불만: 134명(40%) △보통: 124명(37%) △만족: 45명(14%) △매우 만족: 3명(0.9%)으로 불만이 많았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는 응답은 25명(7.5%)에 그쳤으며, 교통편리성(접근용이성) 이용비용 편의시설 등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는 답은 10% 이하였다.

▽전문성 떨어지는 운영=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우 청소년 지도사의 활용이 중요하지만 청소년 지도사가 없는 시설도 여러 곳이었다.

이 연구소가 경북 대구 부산 경남 전남 광주 등지의 22개 청소년시설을 조사한 결과 수련관 전체직원 가운데 청소년 지도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93명(22.4%)에 불과했다. 청소년 지도사가 한 명도 없는 시설도 4곳이었다. 이에 비해 관리행정직원은 최고 30명까지 근무하는 시설도 있었다.

청소년 지도사의 보수도 매우 열악했다. 초임자 경우 연봉이 1100만원 수준이었으며 상여금이나 수당이 별도로 없는 경우도 많았다. 청소년 지도사에 대한 평가도 △매우 불만: 67명(20%) △불만: 101명(30%) △보통: 133명(40%) △만족: 25명(7.5%) △매우 만족: 8명(2.4%)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처우와 자질향상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전문 교육기능 회복 시급=청소년 시설의 맹목적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관련 부서의 통폐합, 학교교육과의 연계성 강화, 학생 동아리 활동 지원, 청소년 지도사의 처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밝혔다.청소년 시설은 청소년 기본법에 근거하지만 각종 규정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시설운영 주체와 관리, 운영이 제각각이어서 관련 부서의 통폐합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 교수는 “청소년 시설은 학교수업을 마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수련시설은 학교교육과 공식적인 협력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교육의 특별활동이나 교과학습도 청소년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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