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특허권 관리 허술…교수-학생 명의 불법 소유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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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 교수들이 직무와 연관된 발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가 감사원과 특허청의 특별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29일 서울대와 감사원에 따르면 특허권 정비를 위해 지난달 중순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직무와 연관된 1100여건의 특허권이 국가나 서울대가 아니라 교수나 학생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공립대 교수들의 직무발명 특허는 2001년말 개정된 특허법과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반드시 각 대학에서 설립한 ‘특허 재단’에서 소유 관리토록, 그 이전에 따낸 특허권은 국가가 소유 관리토록 돼 있다.

감사 대상 특허는 1999년 이후 취득한 것으로 이번에 적발된 특허는 모두 서울대 ‘특허 재단’인 산학협력재단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민구(韓民九) 공대학장은 “지금까지 정부나 대학이 특허 장려 정책을 쓰면서 개인명의 특허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소급 적용하는 바람에 당황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허취득은 연구업적에 기록하는 등 공개를 해 왔는데도 감사를 받게 되자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교수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공립대학에 대해 실시한 이번 감사에서 최대 5억원의 특허 이전료를 받은 경우(서울대) 등 총 3000여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이 국공립 기관의 특허에 대해 종합계획을 세워 감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특허이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정된 법이 시행된 2002년 7월 1일 이전에 받은 특허에서 수입이 있었거나 해당 특허로 벤처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 대한 법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것.

공대의 한 교수는 “특허 소유권을 재단으로 옮기고 싶어도 나중에 추징을 당하거나 사업의 기반이 되는 특허가 흔들릴까봐 선뜻 나서기가 꺼림칙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는 특허권의 효율적인 관리 및 활용을 위해 올해 초 산학협력재단을 출범시켜 특허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80% 이상을 발명자에 돌려주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2000여건으로 추정되는 개인 명의 특허 중 800여건에 대해서만 이관 약속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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