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파주 ‘환경기술 신도시’…궤도버스…쓰레기 자동수송

  • 입력 2003년 5월 27일 17시 41분


코멘트
신도시는 가정의 하수를 정화해 호수공원과 실개천에 공급하는 물순환형 생태도시로 건설된다.-사진제공 한국토지공사
신도시는 가정의 하수를 정화해 호수공원과 실개천에 공급하는 물순환형 생태도시로 건설된다.-사진제공 한국토지공사
경기 김포와 파주 신도시가 ‘환경기술의 대규모 실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수도, 쓰레기수송관로, 궤도순환버스, 생태도시, 주말농장 같은 친환경적인 기술을 처음으로 신도시에 도입해 환경생태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연 이 실험이 성공해 신도시가 ‘에코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친환경 도시 계획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부 기술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신도시사업단 박병규 계획부장은 “김포신도시는 에너지 절약(Reduce), 자원재사용(Reuse), 생태계 순환(Recycle)의 3R철학으로 설계돼 완공되면 가장 모범적인 환경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스프링필드시가 계획한 궤도순환버스. 김포신도시에도 14km의 전용궤도를 갖춘 무공해 순환버스가 지하철과 아파트단지를 잇게 된다.-사진제공 한국토지공사

김포와 파주 신도시는 기존의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호수공원, 생태연결통로, 생태습지, 실개천, 주말농장을 갖춘 생태도시로 건설된다. 김포와 파주 신도시의 녹지율은 25%와 27%로 녹지가 많은 분당(20%) 일산(22%)보다도 높다.

또한 신도시에는 가정에서 나온 물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해 다시 가정의 허드렛물로 쓰는 중수도가 도입된다. 김포신도시는 화장실 허드렛물과 녹지관리에 쓰고 15만평의 호수공원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파주신도시도 하수를 정화해 호수와 20km가 넘는 단지 내 실개천을 통해 흘려보낸 뒤 주변 농지의 농업용수로 재사용함으로써 ‘물 순환형 청정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중수도 전문가인 서울대 응용화학부 윤제용 교수는 정화한 하수를 가정에서 허드렛물로 재사용하는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부 아파트에 화장실물로 중수도를 도입했지만 물값이 워낙 싼 데다 비데가 인기를 끌면서 주민들이 중수도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화한 하수를 화장실 물로 쓰기보다는 주민이 좋아하는 호수, 연못, 습지생태계를 만들거나 잔디관리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신도시에는 전철역과 연계해 신교통시스템인 궤도순환버스가 사상 최초로 도입된다. 14km에 이르는 단지 내의 궤도순환버스 전용도로를 따라 2, 3량짜리 궤도순환버스가 달리며 모든 아파트단지와 전철역을 잇게 된다. 궤도순환버스는 전기나 압축천연가스를 쓰므로 공해가 없고 무인운전도 가능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고가도로가 필요 없는 궤도순환버스는 공사비가 경전철의 20분의 1밖에 안 드는 경제적인 대중교통수단이어서 서울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궤도버스는 콜롬비아 보고타, 일본 나고야, 호주 시드니에서 환경친화적 대중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미국 내 18개 도시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편 김포신도시는 아파트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지하의 관을 통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쓰레기소각장으로 자동 수송할 계획이다. 쓰레기수송관로는 용인시 수지2지구 1만가구에 처음 적용됐다. 악취가 없고 쓰레기 수거인력이 필요 없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수지2지구의 쓰레기관로는 가연성과 비가연성만 분리 수송하므로 음식쓰레기가 가연성쓰레기에 섞여 소각된다. 또한 종이나 병 같은 재활용품의 수거에는 쓰레기수송관로가 쓰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쓰레기의 퇴비화와 쓰레기 재활용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수송관로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계획에는 없었지만 신도시 아파트 벽과 창의 단열기준을 강화하고, 태양열 발코니나 태양열 경사지붕을 계획해 에너지 절약도시로 만들자고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정말 환경도시를 만들려면 도시계획 전문가와 환경기술 전문가가 함께 계획을 만들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선례가 없었다”며 “신도시가 첫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