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老교수의 지방대 살리기

  • 입력 2003년 5월 20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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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慶尙大)는 국립종합대학이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는 비교적 낮은 ‘지방대학’이다.

최근 들어 경상대의 위상이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셀(Cell)’의 표지에 이 대학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30대 학자의 연구가 실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이 대학 조무제(趙武濟·59·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경상대의 전신인 진주농과대학에 입학한 그는 생명과학 분야 개척에 필요한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서울을 수백 번 오르내렸다.

열악한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유전공학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틈만 나면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우수학생도 유치했다.

조 교수의 이런 노력으로 지금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는 전국대학 가운데 연구능력에 관한한 최고수준으로 꼽힌다. 90년대 들어 조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경상대 대학원에 진학한 서울 출신 학생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학부를 졸업한 6명이 그에게 배우기 위해 진주로 왔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차별 받는 지방대의 현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지만 그는 ‘지방대를 살려라’는 ‘구호’보다는 ‘실력있는 학자의 길’을 택했다. 조 교수는 본보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수년전부터 지방대 살리기가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새 정부도 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방대 살리기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선 교수부터 최고수준이 되도록 발버둥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서울 대구 진주 같은 지리적 위치는 별 의미가 없다. 유능한 학자와 학생이 있는 곳이면 산골이라도 그곳이 명문대학이다. 학생들이 지방대 진학을 기피하고 진학한 학생마저 편입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한탄하기에 앞서 대구 경북지역 대학들도 수도권 학생이 교수를 찾아올 만큼 실력과 열정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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