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등에 정체불명의 곤충기승

  • 입력 2003년 5월 13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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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곤충
문제의 곤충
"골프를 치는데 파리 비슷한 놈들이 주변에서 왱왱 거리며 날아 다녀 얼마나 신경에 거슬렸는지 몰라요."

"차 안으로 가끔 이상한 벌레가 날아들어 오싹했어요. 쫓아 내느라 여러번 법석을 떨었지요. 혹시 해충은 아닌지…."

요즘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화학연구원 등 곤충 연구기관에는 이같은 경험을 전하며 곤충의 정체를 알아 보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봄부터 부쩍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골프장과 산책로 연구실 등지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확인 결과 문제의 곤충은 '러버 플라이' '러버 버그' '마치 플라이' 등으로 불리는 파리목(Diptera) 털파리과(Bibionidae)의 일종. 검은색을 띠며 보통 1.5㎝ 내외로 보통 파리(1㎝ 이내) 보다 크고 길쭉해 얼핏 보면 말벌을 연상하게 한다. 유기물과 습기를 좋아해 보통 두엄이나 썩은 식물 뿌리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미국의 텍사스나 플로리다 등지에서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멈춰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에도 옛날부터 존재해 왔으나 요즘 들어 생태계 변화 등으로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 연구원 생물기능연구팀 박노중(朴魯中) 박사는 "올 봄부터 사람들이 신경을 거스른다고 호소할 정도로 이 곤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곤충을 채집해 어떤 변화 때문인지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일단 이 곤충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날씨가 따뜻해져 서식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살충제나 환경오염물질의 사용량이 늘어나 천적이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박 박사는 "이 곤충은 물지도 않고 해충도 아니며 오히려 유기물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생태계 변화가 갑작스런 개체수 증가의 원인이라면 결코 달갑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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