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신상대/그늘 속의 '별정직 공무원'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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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3급 이하 직원들의 신분을 종전 별정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직원들의 봉급을 현실화하기 위해 신분전환을 꾀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피상적으로는 봉급을 올리려는 편법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청와대에 근무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 대목이 있다. 바로 별정직, 계약직 등 이른바 특수경력직 공무원이 사실상 많은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공무원 중 5%대에 불과한 별정직 공무원도 엄연히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이다. 그러나 의무만 있을 뿐 권리는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늬만 공무원’인 셈이다.

우선 별정직 공무원을 포함한 특수경력직 공무원은 이른바 ‘신분보장’을 전혀 받지 못한다. 필요에 의해 선임된 만큼 언제든지 손쉽게 해임당할 수 있다. 급여만 국가예산에서 받을 뿐 일용노동자와 하등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오히려 법적 보장 장치는 일반 노동자보다 못한 편이다. 예컨대 근로자라면 누구나 향유하는 육아휴직을 별정직 공무원은 갖지 못한다. 퇴직시 그 흔한 실업보험의 혜택도 없다.

육아휴직은 모성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라 1년 이상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별정직 공무원은 여성이라 해도 육아휴직을 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3조에서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적용 배제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산한 여성 별정직 공무원은 스스로 퇴직하거나 대체인력을 자신의 비용으로 투입한 이후에나 휴직할 수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전형적인 소수그룹에 속하다 보니 이른바 공무원노동조합도, 인권기관이나 시민단체, 심지어 언론까지도 관심밖에 둔다. 별정직 공무원이 전체 등록 직원의 절반이 넘는 국회에서조차 다양한 이해관계 탓에 누구도 이 문제를 선뜻 거론하려 들지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별정직 공무원, 그들에게도 법의 따스한 햇살이 비칠 날을 고대한다.

신상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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