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묘사사전' 펴낸 조병무 前 동덕여대 교수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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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묘사사전’을 펴낸 조병무 교수 -김미옥기자
‘소설묘사사전’을 펴낸 조병무 교수 -김미옥기자
“정한숙의 ‘금당벽화’ 중 관음보살상 묘사는 한 편의 시입니다. 또 채만식의 ‘탁류’에 그려진 군산의 부두 장면을 읽노라면 비행기에서 부두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묘사(描寫·description)에는 작가의 개성과 예리한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작품에 나타난 묘사는 작가정신의 핵심입니다.”

조병무(曺秉武·66) 전 동덕여대 교수가 3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소설가의 1000편이 넘는 작품을 대상으로 묘사를 집중 분석한 뒤 ‘사랑과 성’ ‘인물’ ‘무대장소’ ‘행위·동작’ 등 6가지 항목별로 분류해 사전으로 엮어 냈다. 10년에 걸친 이 작업은 최근 ‘한국소설묘사사전’(전6권·푸른사상) 완간이라는 알찬 결실을 봤다.

지난해에 발간된 ‘한국소설묘사사전’의 1∼3권은 ‘2002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초판으로 찍은 700질이 모두 팔려 나갔다.

90년대 초 동덕여대와 동국대의 국문과 문예창작과 학부생 및 석박사 과정 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소설묘사연구회’를 만든 것이 ‘장도(壯途)’의 시작이었다.

소설 구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항목을 나눈 뒤 동일한 작품을 3명이 같이 읽고 항목별로 묘사를 찾아 재검토작업을 거쳤다. 최종 토의를 거쳐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항목별로 가장 적절하게 묘사된 부분을 택해 카드로 만들고 항목별 작가별 작품별로 분류, 정리했다.

10년간 이렇게 모은 카드가 라면박스 10개에 가득 찼고 1.44MB 디스켓으로는 80장이 넘었다. 손이 모자랄 때는 조 교수의 두 외손녀가 ‘동원’돼 카드 분류를 돕기도 했다.

조 교수는 이 작업을 통해 초기 근대소설 작가들과 최근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초기의 근대소설 작가들은 대개 일상을 바라보는 그대로 그립니다. 반면 요즘 젊은 작가들의 묘사는 굉장히 섬세하고 촘촘하지요. 때로 늘어지는 면도 있고요. 서정을 묘사할 때도 근대소설에서는 자연을 아름다움 자체를 실제적으로 묘사하는데 현대의 작가들은 자연 묘사도 인간 중심이에요. 인간행위, 사회와 결부시켜 그리는 측면이 강하지요.” 그는 특히 ‘숲의 왕’을 쓴 김영래의 깊이 있는 묘사가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조 교수는 정년퇴임을 했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아직 학교에서 계속 강의를 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시 영역에서도 같은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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