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사람/보길도 댐증축 '재검토' 강제윤씨

  • 입력 2003년 4월 16일 2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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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것을 내걸고 단식농성을 했던 게 아닙니다. 왜 주민들이 댐 증축을 반대하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정을 바랐기 때문입니다.”

전남 완도군이 추진하고 있는 보길도 상수원 댐 증축을 반대(본보 3월11일자 A25면 보도)하며 부용리 마을회관에서 33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시인 강제윤(姜濟尹·38)씨.

강씨는 1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보길도를 방문한 청와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의 간곡한 요청으로 농성을 풀었다.

강씨는 지난달 초 완도군이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선생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보길도 부용리에 대규모 댐 증축 공사를 강행하자 문화유적 훼손이 우려된다며 주민들과 함께 ‘보길도 상수원 댐 증축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저지투쟁에 나섰다. 강씨는 이어 지난달 10일부터 댐 증축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주민들의 대규모 집회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환경부는 이달 6일 완도군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고, 주민대책위와 완도군은 주민 대표와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길도 댐 문제 검토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총 15명으로 구성되는 검토위원회는 앞으로 2개월간 활동을 벌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완도군과 주민대책위는 이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환경부로부터 전면 백지화는 아니지만 재검토 약속을 이끌어냈고 완도군이 주민대책위를 협상 파트너로 받아들여 처음 뜻의 절반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강씨는 “더구나 문 수석이 보길도에 내려와 중립적인 검토위원회 구성과 활동 등에 대해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해 단식농성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댐이 증축되면 세연정, 동천석실, 곡수당, 낙서재 등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검토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문화재청이 먼저 결단을 내려 공사를 백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길도가 고향인 강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을 떠난 뒤 1998년 귀향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운동을 하면서 한차례 옥고를 치렀던 그는 94년부터 4년간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다 고향에 정착해 현재 ‘동천다려’라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틈틈이 산문집과 시집을 내기도 했다.

단식을 끝낸 직후 뭍으로 나온 강씨는 “몸을 추스른 뒤 이달말경 보길도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댐 증축 공사 문제가 마무리되면 민박집을 여행자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꾸미는 일에 매달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완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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