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특검, DJ조사 가능성 언급배경]"수사 성역없이…"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6분


코멘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가 3일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해 ‘성역(聖域)’을 두지 않겠다는 수사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임명된 송 특검은 현재 4명의 특검보 후보 선정과 사무실 준비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 관련 수사 기록을 아직 넘겨받지 못한 데다 수사팀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송 특검이 “필요하면 김 전 대통령을 출국금지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1월 말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결과 발표에서 현대상선의 2235억원 대북 송금 사실 발표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도 2월1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북 송금 사실과 국가정보원의 송금 과정 편의 제공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북한에 건넨 돈은 현대가 대북 독점 사업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건네기로 한 권리금 성격의 사업자금이었고, 정부는 국정원을 통해 ‘편의’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인 만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런 전후사정을 잘 알고 있는 송 특검이 김 전 대통령 출금 가능성을 굳이 언급한 것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주장’과 어긋나는 단서가 포착되면 실체 규명을 위해 김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조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출 과정의 외압 여부나 대북 송금 과정, 송금된 돈의 실제 명목 등 핵심 사항에 대해 최고통치자로서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사가 벽에 부닥칠 경우 누구보다 관련사실을 잘 알고 있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송 특검은 대북 및 외교 문제가 민감하게 얽혀있는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사는 철저히 하되 공개는 신중하게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같은 맥락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수사가 끝나기 직전 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