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일대 사진영상학과 中 유학생 "조선족생활 담고파"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24분


코멘트
“옌견(연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요. 사라지는 중국 동포(조선족)의 전통을 영상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경북 경산 경일대(총장 이무근·李茂根)에 온 중국동포 리쭝싼(李鍾山·34·사진영상학과 2년) 청꽝후(成光虎·28·석사과정 2년).

리씨는 지난해 2월, 청씨는 지난해 9월 오직 사진을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낯선 곳을 찾았다. 이들은 중국보다 물가가 10배가량 비싼 한국에서 생활하느라 장학금만으로는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지만 사진을 잘 배워 돌아가겠다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 “옌견 조선족 자치주에도 시장경제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조선족의 전통적인 모습도 사라지고 있어요. 도시개발로 자고 일어나면 큰 건물이 하나씩 들어설 정도입니다. 개발로 사라지는 삶의 모습들을 영상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습니다.”

옌견대학에는 2000년에 사진학과가 개설됐으며 청씨는 이 대학 예술대에서 사진을 공부하다 유학을 왔다. 리씨는 운전기사 출신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리씨가 한국까지 와 사진을 공부하게된 인연은 특별하다. 이 대학 사진영상학과 강위원(姜衛遠·53) 교수가 99년 옌견대에서 연구하는 동안 리씨는 강 교수의 운전기사 일을 맡았다. 92년 강 교수가 처음 옌견을 방문했을 때 운전기사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것.

리씨는 “강 교수님의 강의를 틈틈이 듣다보니 사진과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운전보다는 사진을 정식으로 배워 조선족의 생활을 영상에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옌견 자치주 용정시 출신인 리씨는 고향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윤동주 시인의 묘비가 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함경도 출신이며, 청씨의 부모는 대구 부근에서 태어났다.

“시장경제가 들어오면서 조선족의 가족도 해체되는 경우가 많아요. 참 안타까워요. 격동의 현장이라고 해야 할 옌견에서 무엇을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하고있답니다. 옌견의 자본주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기록에 남기는 일은 꼭 하고 싶습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