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사 ‘숨은 사령탑’ 경북대병원 응급센터

  • 입력 2003년 3월 7일 19시 53분


코멘트
경북대병원 정제명 응급센터소장이 병원 강당 벽에 설치된 응급환자용 산소공급기를 점검하고 있다.대구=이권효기자
경북대병원 정제명 응급센터소장이 병원 강당 벽에 설치된 응급환자용 산소공급기를 점검하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불이 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비상이 걸린 곳은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원장 전수한·全琇漢)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였다.

대구 경북 권역 응급의료상황을 담당하는 이 센터는 지하철 화재가 대형사고라는 상황을 파악한 뒤 즉시 대구시내 16개 응급의료기관에 ‘응급실을 확보하고 의료진은 현장으로 출동할 것’을 무선으로 알렸다.

이번 지하철 화재사고처럼 인명피해가 큰 경우 가장 시급한 일은 응급실 확보와 환자들의 적절한 분산 수용. 이번 사고의 경우 1339 응급의료센터가 현장에서 환자들을 신속하게 응급처치해 여러 병원으로 분산시키는 바람에 다수의 생명을 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대병원 1339 응급의료센터에는 직원 13명이 연중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46개 응급의료기관과 연결돼 있어 지역 어디서나 ‘1339’를 통해 응급의료를 요청할 수 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출동한 정제명(鄭濟明·54·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센터 소장은 “방화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뿐 아니라 전동차 기관사와 역무원도 응급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로 사회 각 분야의 응급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센터와 함께 경북대병원은 99년 대형재난에 대비해 병원 강당에도 응급시설을 마련했다. 병원 10층에 있는 강당 안팎의 벽에 응급환자를 위한 산소공급장치와 흡입기를 곳곳에 설치했다. 10층 옥상의 헬기장과 연결돼 비상시 수백명의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 건축물에 응급의료장비를 갖춘 것은 드문 경우라는 게 병원측의 설명.

정 교수는 “이런 시설을 사용해야 할 정도의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언제든지 불쑥 생길 수 있는 게 대형사고”라며 “이번 대구지하철 사고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누구나 응급상황을 ‘절실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병원측은 “지난달 22일자 동아일보(A31면)에 ‘영안실로 옮겨지던 아들 어머니가 살렸다’는 기사에서 ‘응급실의 실수로 환자 이모씨(24)가 사망자로 분류됐다가 소생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환자는 처음부터 정상적인 응급처치를 받고 회복했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