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지하철’ 안전 위협한다…최저가 낙찰제 실시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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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1량당 계약 가격
종류계약 연도 가격
철도청 1호선20017억4000만원
서울 1호선20017억6000만원
서울 5∼8호선19974억8000만원
광주 지하철200110억1000만원
홍콩 수출용199816억원
인도 수출용200116억7000만원
터키 수출용200116억5000만원
전동차 가격은 발주기관(발주국가)에서 요구하는 규격과 안전기준에 따라 달라짐.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에도 전국에서 지하철 사고가 잇따라 승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값싼 부품을 고집하는 지하철공사의 관행이 자칫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시행 중인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만이라도 경제성보다 안전을 중시해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 등에 따르면 두 공사는 부품을 조달할 때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집전장치를 납품해 온 B상사와의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3월 실시된 경쟁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 납품업체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100여개의 집전장치를 공급했으나 지난달 부품 점검 당시 이 업체가 공급한 3호선 차량의 집전장치 틀에서 균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집전장치는 선로 위 전차선에서 1500V의 고압전류를 받아 전동차로 흘려주는 핵심 부품으로 집전장치 틀이 갈라지면 누전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6∼8호선은 외환위기 이후 중국 M사가 만든 값싼 전동차 바퀴를 쓰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독점 공급업체였던 기아특수강이 전동차 바퀴 생산을 중단하자 러시아 인도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 가격이 가장 싼 중국산을 들여오기로 한 것. 당시 수입 가격은 국산의 절반 정도였다.

도시철도공사 노조 관계자는 “중국산 바퀴는 경도(硬度·단단한 정도)와 강도(剛度·끊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의 정도)가 국산보다 크게 낮아 정비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공사측은 “사전에 정해진 규격을 제시했으며 계약 후에도 품질 수준에 미달하면 불합격시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동차 제작업체나 부품 생산업체에 요구하는 품질 기준 자체가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국제기준에 맞춰 제작되는 수출용 전동차 1량의 단가는 16억∼18억원인 반면 지하철 1호선에 최근 납품된 전동차는 7억원선에 불과하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빚은 전동차도 1993년 5억∼6억원대에 주문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철도공사의 한 엔지니어는 “조만간 선로에 투입될 광주지하철 전동차는 계약가격이 1량에 10억원 이상으로 높아졌지만 부품과 내장재 수준은 국제기준에 크게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한양대 서선덕(徐琁德·교통공학과) 교수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최저가 낙찰제의 품질 기준을 높이고 사후관리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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