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前총경 전격 체포, ‘최규선 밀항권유說’ 사실일까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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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에 연루돼 해외로 달아났던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미국에서 붙잡히면서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밝혀야할 의혹들▼

그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최규선씨에 대한 청와대 밀항 권유설 △도피 과정의 배후지원 △수사무마 청탁에 따른 금품 수수 등 세 가지.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청와대 밀항 권유설의 실체 여부. 지난해 4월 최규선씨가 자신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최 전 과장이 청와대 회의 결과 (나를) 밀항시키기로 했으니 외국으로 나가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와 고위층 친인척 비리 조사 등 예전의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맡았던 업무를 그대로 맡았기 때문에, 최규선씨의 주장은 ‘청와대가 김홍걸씨 관련 비리 은폐를 위해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는 최씨를 밀항시키려 했으며 최 전 과장도 조직적으로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당시 검찰은 최 전 과장에게 최씨의 밀항을 제의했다는 청와대 이모 비서관을 불러 조사했지만 밀항 권유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데다 연결고리인 최 전 과장이 도피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 전 과장의 잠적과 해외 출국, 이후의 도피생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그는 최규선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4월1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만나고 다음날 검찰 조사 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14일 홍콩으로 돌연 출국해 같은 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잠적했다.

이 과정에서 미 이민국이 그에 대한 한국 경찰측의 면담 요청 등을 거부한 채 공항의 별도 출구를 이용해 내보낸 경위와 갑작스럽게 도피한 그가 어떻게 거액의 도피 자금을 마련했는지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퇴직금 청구서를 직접 보내 경찰청으로부터 9800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받기까지 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최 전 과장은 DJ정권 출범 직후인 1998년 4월 특수수사과 계장으로 임명된 뒤 99년 총경으로 승진했고 2000년 1월 특수수사과장으로 발탁돼 2년3개월간 자리를 지켰다. 그는 98년 9월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무산과 관련해 최씨를 사기 등 혐의로 수사하면서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美 경찰 검거경위▼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25일 0시15분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라브레아공원을 혼자 산책하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과 연방보안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에 붙잡혔다.

체포 당시 최 전 과장은 동남아인으로 오해할 만큼 수척한 얼굴에 콧수염을 길러 변장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과장은 체포 직전 수사팀에 자신을 ‘윤종철’이라고 주장하며 신원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그를 검거한 경찰국 소속 한국계 미국인 론 김 경관의 추궁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것.

법무부는 지난해 6월 ‘한미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미국 법무부에 최 전 과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으며 같은 해 11월 그를 체포할 수 있도록 미국 수사당국에 ‘긴급 인도 구속청구’를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수사당국은 6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최 전 과장을 검거했던 것. 그러나 검거 시점이 마침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직후여서 한미 양국이 검거 시기를 사전 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최 전 과장이 지난해 12월 입국한 부인 정모씨(51)와 함께 살고 있는 장소를 올 초에 이미 확인한 미국 수사당국이 뒤늦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최씨를 검거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국내송환 언제쯤▼

25일 미국 수사당국에 체포된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어떤 절차를 거쳐 국내로 송환될까.

우선 최씨가 불법 체류자 신분임이 확인될 경우 미국 이민국은 최 전 과장을 수일 안에 강제로 추방할 수 있어 조기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씨의 불법 체류 여부에 대한 미국 이민국의 조사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강제 추방 방식을 통해 조기 송환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최씨가 정상적인 미국 체류 자격을 갖고 송환을 거부, 인도 재판을 청구하면 미국 법무부는 연방법원에 인도 심사를 청구하고 법원이 재판을 통해 인도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이 경우 최씨가 최장 몇 년씩 걸리는 ‘정식 인도재판’과 6개월 이내의 기간이 소요되는 ‘약식 인도재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최씨가 정식 인도재판을 청구하면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의 사례와 같이 송환이 1년 넘게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씨가 인도 재판을 모두 포기하고 조기에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3∼4개월 이내에 송환될 수 있다. 결국 최씨의 조기 송환을 가름할 핵심 열쇠는 최씨 본인의 ‘의사’가 핵심 변수인 셈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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