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 청소년 바른길 이끄는 '멘토링' 자원봉사자들

  • 입력 2003년 1월 30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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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인 최선영 송창훈씨(오른쪽부터)가 담당 청소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훈구기자
멘토인 최선영 송창훈씨(오른쪽부터)가 담당 청소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훈구기자
최선영(崔善暎·28·여·경기 광명시)씨는 1999년 10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진서(가명·20)를 만났다. 진서는 그 해 패싸움을 벌여 보호관찰 처분 6개월을 받은 학생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한국청년연합회(KYC)가 99년부터 벌이고 있는 ‘멘토링(mentoring·정신적 지주)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은 순간의 실수로 비뚤어진 청소년을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고민을 나누며 ‘제길’을 찾도록 돕자는 것.

대학을 나와 영어학원 강사를 하던 최씨는 우연히 이 단체의 멘토(후견인) 1기가 돼 진서를 만난 것이다. 첫 만남에서 진서는 “이제 뭐하죠”라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최씨는 “포크커틀릿(돈가스) 먹으러 가자”며 친구처럼 행동했다. 3개월간 1주일에 한번씩 만났다.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게 일과였다.최씨는 틈만 나면 아침에 전화를 걸어 진서를 깨웠다. 진서가 낮 12시까지 늦잠 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만남이 계속되자 진서에게 변화가 생겼다.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에 열중하더니 올해엔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진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최씨에게 알렸다.

진서의 부모는 최씨에게 “(진서가) 장가 갈 때까지 맡아 달라”고 할 정도가 됐다.

멘토 3기인 송창훈(宋昌勳·34·서울지하철공사 직원)씨는 2001년 민수(가명·18)의 멘토가 되었다. 민수 역시 말못할 사정으로 2년의 보호관찰을 받을 때였다.

송씨는 민수를 동생처럼 대했다. 가끔 음식도 사주며 흉금을 털어놓았다. 민수가 잘못을 저질러 파출소에 잡혀갔을 때는 득달같이 달려가 뒤통수도 몇 대 때렸다. 중학교를 중퇴한 민수는 최씨를 만난 뒤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하더니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제는 송씨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의젓하게 전화도 건다.

최씨와 송씨는 멘토를 하면서 자신들도 변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날 때 더 편안하게 대하게 되고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재단하는 일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99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350여명이 멘토 역할을 맡았다. 주로 대학생이 많지만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KYC 연락처 02-393-1355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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