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평인/거꾸로 가는 ‘교수회 강화’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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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립대는 거꾸로 가는가.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보고에서 국립대 내 임의단체인 교수회를 이르면 2004년에 법제화해 학교를 교수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일견 총장이나 학장 중심으로 운영돼온 대학 내 의사결정 구조와 방식을 교수 중심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수회가 활동하고 있는 이웃 일본 국립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시점에서 교수회의 법제화가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유럽과 일본의 대학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배운다’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센터소장인 강명구(姜明求) 교수는 인사말에서 “정운찬(鄭雲燦) 총장으로부터 미국 대학에서만 배우려 하지 말고 유럽 일본의 대학에서도 배우라는 권유가 있어 이런 모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에 나온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의 교육전문가들은 ‘석·박사 코스의 단기화’ ‘대학 서열화의 필요성’ 등 미국식 대학시스템으로의 변화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자국의 개혁 움직임을 강조해 주최측의 취지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본 대학에 대해서는 문부과학성 출신인 고기리마 아스시(小桐間德) 주한 일본대사관 1등서기관이 발표했다. 그는 “일본 국립대는 교수회의 권한이 강하고, 학장이나 총장의 권한이 약해 문제”라며 “조직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장이나 총장의 리더십을 높여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일본 국립대는 교수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이어서 업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고, 교수회까지 강해 학장이나 총장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일본 공산당 등 야당이 대학 교수의 비공무원화를 강력 반대하고 있어 대학 개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발전하는 것이지만 지금까지도 법적 근거 없이 학내에 큰 영향을 미쳐온 한국 국립대의 교수회를 또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송평인 문화부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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