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환경 위협하는 자연사박물관

  • 입력 2003년 1월 12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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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2년여 논란을 빚어온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인 환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발표는 ‘전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박물관은 청운재단(대전보건대 학교법인)이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산 장군봉 기슭 1만2000여평에 550억원을 들여 짓겠다며 2000년 9월 승인 신청을 했던 것. 그러나 환경단체 반발과 뇌물수수 사건 등으로 물의가 빚어지자 한달여 만에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가 최근 다시 승인신청이 된 상태였다.

박물관 건립이 논란을 빚는 것은 우선 청운재단이 소장한 자료가 과연 가치있는 것이냐는 의구심 때문. 재단측은 “소장 자료 20여만점 가운데 상당수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충남환경운동연합 등은 “내력조차 불분명 해 자연사박물관 보다는 민속박물관에 적합한 자료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충남도는 일을 ‘앞뒤’가 맞지않게 처리했다. 논란의 핵심인 ‘소장자료’의 내용을 건립을 승인한 뒤에야 언론에 공개하는 절차상 잘못을 저지른 것.

또 국립공원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박물관은 국립공원 내 1만2000여평에 세워질 예정이다. 특히 생태계 파괴의 개연성도 높다. 계룡산은 주로 돌과 바위로 이뤄져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편. 따라서 박물관이 들어서면 그나마 수량이 풍부하고 서식 동식물이 다양한 지석골의 생태계 변화가 우려되고 있다.

충남도는 그럼에도 ‘엎지러진 물을 어떻하느냐’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수(李明洙) 충남부지사는 “공원이 이미 훼손돼 원형 복원이 어렵다면, 박물관을 친환경적으로 짓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훼손된 국립공원을 복원할 의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립공원은 소중한 자연을 지키기 위해 설정된 곳이다. “훼손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행정편의나 논리가 남발된다면, 남아나는 국립공원이 과연 있을까.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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