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합격효력정지' 의미]'整數 점수' 타당성이 쟁점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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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소수점 이하 반올림 처리 때문에 서울대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이 제기한 불합격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앞으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결정 의미=법원 결정은 서울대가 이모양을 불합격시킨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2단계 전형에 응시하지 못할 경우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익이 없는 만큼 일단 2단계 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본안 소송의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이양의 당락 차원을 떠나 소수점 이하 수능성적을 반올림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타당한지를 검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쟁점 사항=교육인적자원부는 성적 위주의 학생 서열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2002학년도부터 수능 성적의 원점수를 소수점 이하에서 반올림해 정수로 된 성적을 대학에 주고 있다.

서울대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처리했기 때문에 절차상의 하자가 없다. 수험생 성적과 대학에 제공하는 점수가 달라 생기는 혼란은 결국 교육부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사사오입(四捨五入)하면 공교롭게도 이양의 경우 소수점 이하가 5 미만이어서 버려지고, 다른 수험생은 5 이상이어서 반올림되기 때문에 성적이 역전당하는 불이익을 받았다.

또 수능 220문항 중 100문항을 소수점 이하로 배점하고 전형에서는 정수 점수를 사용한 제도도 문제가 있다. 원점수의 정의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도 문제다.

수능 성적표에 원점수는 ‘수험생이 정답을 맞힌 문항의 배점을 합산한 점수’로 설명돼 있고 대학들도 입시요강에 반올림에 대한 별도 설명없이 원점수를 사용한다고만 밝히고 있어 혼란의 소지가 있다.

▽개선방안=개인 수능성적표와 대학에 주는 성적을 모두 정수로 통일하고 문항 당 배점을 정수로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에도 소수점 이하까지 제공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 수능 배점을 정수로 하려면 문항당 배점 및 문항수가 달라져 시험체제를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고 난이도 조절도 어려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대학 영향없나=수능 원점수를 사용하는 대학은 서울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25개 대학이다. 서울대는 1단계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아 수능 성적이 모자라면 2단계 전형 응시기회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대학 중 서울대와 같은 전형 방식을 쓰는 대학이 없고 대부분 수능과 학생부 논술 면접 등의 성적을 일괄 합산하기 때문에 ‘소수점 반올림’ 때문에 불합격했다고 주장하기가 힘들다.

설사 소수점 때문에 떨어졌다고 해도 합격자 이탈 등으로 추가 합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통한 실익이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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