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낼테니 減刑을…" 속죄형 기부' 늘어

  • 입력 2003년 1월 11일 0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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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형사피고인들이 “양형에 유리하게 정상 참작해 달라”며 사회단체 등에 기부금을 내는 이른바 ‘속죄 기부’가 늘고 있다. 또 과거의 선행 등에 대한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해 정상 참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일반화되고 있다.

분식회계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돼 선고를 앞둔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은 강원도의 C초등학교 탁구부에 1997년부터 매년 1000만원씩을 지원했고 청각장애인 학교에 9000만원 등 총 2억여원을 기부한 실적을 지난해 11월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 이재화(李在華) 변호사는 “피고인은 대가 없이 도와준 기부행위이므로 비밀에 부치자고 했지만 대리인으로서 양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부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7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모씨 역시 선고를 앞두고 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단독2부 박동영(朴東英) 부장판사에게 부도수표 소지인이 발견되지 않아 소지인의 피해를 회복시킬 수 없는 만큼 피해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정 피고인의 경우 피해 회복 의지가 있으나 피해자를 찾기 어려워 처벌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 기부로써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납입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명동 최대의 사채업자 반재봉씨(59)도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영수증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반씨의 변호인이 밝혔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구체적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액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킬 수 없는 경우, 피해 회복의 방법으로 기부를 생각할 수는 있으나 기부가 꼭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방식이 일반화될 경우 재력가들에게 또 다른 특권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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