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⑤외곽과 도심을 연계하자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창동역 인근의 환승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 권주훈기자
2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창동역 인근의 환승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 권주훈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시청 근처로 출근하는 회사원 최지연씨(26·여)는 지하철 2호선만 탄다.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면 출근시간이 15∼20분 단축되지만 고집스레 서울 동쪽을 빙 돌아간다. 왜 일까? 최씨는 “갈아타기가 너무 번거롭고 힘들다”고 말한다. 서울에는 지하철과 버스가 많지만 대중교통 수단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갈아타기가 정말 편하다’는 인상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대중교통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갈아타기는 고행의 연속〓25일 오전 서대문구 신촌사거리에서 약 200m 떨어진 버스정류장.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신촌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시민들이 2호선 신촌역을 향해 뛰다시피 발걸음을 재촉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로 출근하는 육상근씨(29)는 “갈아타기를 반복하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찬다”며 “당국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환승시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고 불평했다.


시민들이 자가용을 두고 지하철을 이용해 도심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4호선 창동역 등 시 외곽 22곳에 마련된 환승주차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환승주차장과 지하철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차를 세워 두고 5∼10분을 걸어야 한다.

▼관련기사▼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①]걷고 싶은 도시로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②]도심 승용차를 줄이자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③]대중교통 빠르게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④]대중교통을 편하게

▽한 번 갈아타면 도심에 들어온다〓시는 다양한 규모의 환승센터를 많이 만들어 갈아타는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경기 지역 곳곳에 광역급행버스가 정차하는 환승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광역급행버스는 환승거점에서 승객을 태워 서울 도심까지 빨리 실어 나른다.

시 외곽에는 경기지역 버스와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간선버스를 연결하고, 승용차와 지하철을 연계하는 대규모 환승센터를 10여곳 만든다. 내년까지 도봉 지역에 이 같은 환승센터 1, 2곳을 우선 만들 계획.

시는 특히 내년 4월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는 서울 동북부 간선도로에 간선버스와 지선버스를 연결하는 환승정류장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갈아타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로 중앙에 만들어지는 환승정류장에 간선버스와 지선버스가 함께 정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승주차장 시설도 개선된다. 주차장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연결로를 개선하고, 환승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출입로도 넓힌다.

교통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버스정류장을 지하철역 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는 시내버스 차고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까지 서울시 9개 권역에 각각 1곳씩 마련할 계획인 공영차고지를 환승센터의 역할도 겸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공영차고지에는 도심으로 가는 간선버스와 시 외곽에서 들어오는 버스 등을 탈 수 있는 일종의 버스터미널이 설치되고 판매시설 등 편의시설도 들어선다.

▽이용자 중심의 환승센터 돼야〓외국은 버스와 승용차가 지하철역 바로 아래 또는 위까지 들어오는 입체식 환승센터가 많은 반면 서울은 버스와 승용차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평면식이 대부분이다.

교통개발연구원 권영종(權泳鍾) 연구원은 “최근 실태조사 결과 환승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 중 실제 환승을 목적으로 주차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걷는 거리와 갈아타는 횟수를 최소화해야 대중교통이 편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본과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열차에서 내린 환승객이 움직이지 않아도 열차를 갈아탈 수 있는 시민 중심의 지하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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