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난폭운전 ‘도로의 폭행범’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6월 15일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의 급커브 구간을 달리던 대형 유조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마주 오던 고속버스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6명이 숨졌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지점 전방에는 ‘급커브 서행’이라는 경고판이 있었지만 운전자는 이를 무시하고 과속 난폭운전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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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량을 위협하고 상대 운전자를 무시하는 난폭운전은 우리 교통문화의 큰 약점 중 하나. 서울시가 올해 1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외국인 481명을 대상으로 ‘서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대형차의 과속 난폭운전을 불만족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난폭운전 실태〓난폭운전은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는 모든 운전 유형’을 뜻한다. 주관적인 개념으로 유형은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은 △중앙선 침범 △과속 △급정지 △급서행 △급차로변경 △뒤따르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 켜기 △바짝 따라붙는 위협운전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 연구위원은 “난폭운전은 다른 운전자를 자극해 ‘대응 난폭운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고나 운전자간의 폭력사태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6만579건으로 2000년 29만481건에서 크게 줄었지만 중앙선 침범이나 과속 등 난폭운전에 의한 사고는 2만여건을 넘어 여전히 중요한 사고 원인 중 하나였다.

경기지역 고속도로를 관할하는 경찰청 산하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가 올해 10월까지 접수받은 교통신고는 5527건. 이 중 17%가 난폭운전에 관한 것이었다.

1지구대 유남선 경사는 “신고 건수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톨게이트에 비치된 신고엽서를 접수한 것으로 운전자들이 느끼는 ‘체감 난폭운전’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난폭운전자인가〓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이 1998년 발표한 난폭운전자의 단계를 보면 마음 속으로 다른 운전자를 비난하거나 소리내서 욕을 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난폭운전은 시작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운전자는 속도를 높여 다른 차 옆을 지나가거나 옆 차의 추월을 막고 앞차가 빨리 가도록 차를 바싹 붙인다.

또 교통개발연구원이 97년 2950명의 운전자를 상대로 조사한 난폭운전의 지표는 △급할 경우 중앙선 침범을 하기도 한다 △주로 한 손으로 핸들을 조종한다 △빈번히 차로를 바꾸거나 추월을 한다 △급제동 급가속을 자주 한다 △추월을 당하면 나도 추월을 한다 등이었다.

▽원인과 대책〓전문가들은 난폭운전이 운전자의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의도적 행위로 보고 교통안전 교육과 도로운용 시스템 보완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북대 이순철(李淳哲·교통심리학) 교수는 “난폭운전은 운전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해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초보 운전자나 법규 위반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신용균(愼鏞畇) 수석연구원은 “신호등 체계 등 도로시설물 운용을 합리화해 운전자들이 불필요한 난폭운전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신고보상제를 유지해 난폭운전 적발 확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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