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독자리포트/‘공중질서’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7분


며칠 전 연세대 앞에서 모임이 있어 전철을 타려고 인천 송내역으로 갔다. 문화센터 강좌를 듣고 가다 보니 약속시간이 빠듯했다.

출퇴근 시간대의 전철역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역사 안이 ‘시장통’ 같았다. 전철을 타려고 뛰다시피 계단을 오르거나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뒤엉켜 계단은 마치 아수라장처럼 변했다. 그런 상황에서 젊은 아기 엄마 2명이 각각 양쪽 손에 아이를 잡고 계단을 넓게 차지한 채 계단을 내려갔다.

좌측통행이란 표어가 붙어있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계단을 꽉 메우면서 올라왔다.

나는 정차한 전철을 타려고 무리 속을 뚫고 내려갔다. 전철 앞에 도착하는 순간 문은 닫혔다.

“약속시간에 닿으려면 이번에 꼭 타야 했는데….”

이런 경험이야 어디 나 뿐이겠는가?

무질서 때문에 전철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좌측통행 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에 은근히 화가 났다. 떠나는 전철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서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대개 유치원부터 기초질서, 공중도덕 등을 배운다. 좌측통행은 초등학교 때에도 귀가 닳도록 들었고 복도에서 발 뒤꿈치를 들고 왼쪽으로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좌측통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단풍을 보려고 설악산을 찾았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오후가 되면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뒤엉켜 몸이 서로 부대끼거나 우산살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천의지’를 강조했다.

우리는 잘 아는 것에 비해 실천의지가 약하다.

질서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힘들이지 않고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질서는 모두의 행복과 편의를 위한 것인 만큼 ‘지키면 손해’가 아니라 ‘내가 먼저’라는 의식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타인으로 인한 피해 의식을 갖기보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자세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박미향 부천복사골문화센터 독서논술토론 강사 mhparkl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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