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벼…고장난 농기계…수확철 수해농가 발만동동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39분


“벼 수확 일손을 도와주세요.”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지역에 벼 수확철이 다가왔으나 일손이 없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수해 농가들은 벼가 쓰러지고 낱알이 제대로 익지 않아 콤바인 등 기계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농로가 끊겨 기계로 수확할 수 없는 수해지역은 일손이 달려 수확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콤바인 등 수해를 당한 농기계의 수리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수리비용도 비싸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쓰러진 채 한달간 방치된 벼가 늘고 있으며 대부분 싹이 돋아나 수확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농민 박선동(朴善東·59·강원 강릉시 월호평동)씨는 이번 수해로 논에 토사가 밀려드는 바람에 농기계를 투입할 수 없어 다 익은 벼만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박씨는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나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울상을 지었다.

강원도의 경우 벼 수확을 할 수 있는 논은 4373㏊이나 수해로 3612㏊(82.5%)가 손으로 직접 벼 베기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4일 현재 수작업으로 벼 베기를 해야하는 3612㏊ 중 벼 베기를 마친 논은 710㏊에 불과하다.

경남지역도 전체 벼 재배면적 10만2000㏊ 가운데 벼 베기를 마친 곳은 3000㏊로 4%에 불과하다. 특히 김해시 한림면과 함안군 법수면, 합천군 청덕면 등지의 수백㏊는 장기 침수로 일찌감치 수확을 포기한 상태.

경남도 관계자는 “벼 수확 과정에 8000명 이상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10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각 시군과 농협에 일손 돕기 창구를 설치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의 벼 베기 실적은 10%선. 이번 태풍으로 쓰러진 벼는 1960㏊인데 이 중 절반가량은 넘어진 지 한달이 지나 싹이 터 수확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강릉자원봉사센터 박인균(朴仁均·42) 기획실장은 “수해 직후인 지난달 10일을 전후로 강릉지역에 하루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으나 지금은 200명 선이어서 벼 베기 일손 돕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벼 베기 자원봉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창녕〓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청도〓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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