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신매매 실태 왜곡 논란

  • 입력 2002년 8월 27일 19시 00분


한국 정부가 국내 인신매매 실태를 축소하고 방지 대책을 과장한 보고서를 미국 국무부에 보내 ‘세계 인신매매 방지 등급’을 종전 최하위인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여성단체들에 의해 제기됐다.

그러나 법무부와 여성부 등 관련 부처는 “인신매매 실태를 축소한 적이 없으며 여성단체의 주장은 법률과 현실을 혼동한 것”이라며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새움터 이주여성인권연대 등 여성 및 인권단체들은 29일 서울의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성매매 실태 및 대안을 위한 원탁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인신매매보고서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여성단체연합측은 27일 “법무부가 미국에 보낸 답변서에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공모자로 간주돼 구금되거나 기소되지 않는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다수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구금되거나 기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 지원책과 관련해 인신매매 피해자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선도보호시설, 아동복지시설, 여성복지상담소 등을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시설로 꼽았다고 여성단체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이 자료를 미국에 보낼 때 선도보호시설 여성복지상담소 등이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근거한 성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시설인 동시에 인신매매 피해자도 보호하는 시설임을 알렸으며 이에 대한 지원현황을 제공했다”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이들 시설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 시설이 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아니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는 “미 국무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공모자로 간주돼 구금된 사실 여부 및 피해자가 다른 법규 위반으로 기소된 적이 있느냐”고 질의한 데 대해 △인신매매 피해자가 공모자로 간주돼 구금된 사실이 없으며 △피해자가 속임을 당하거나 강제에 의한 경우 다른 법규 위반으로 기소되지 않으며 △다만 본인의 자유의사가 있는 경우 인신매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의해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측은 “여성단체들이 자유의사에 따른 윤락행위를 처벌한 경우를 인신매매 피해자의 경우와 혼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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