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성동씨 수사 지시했다”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29분


김성동(金成東) 전 한국교육평가원장에 대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김 전 원장이 평가원장직을 전격 사퇴하자 ‘정치 보복’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우선 김 전 원장이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편향 기술(記述)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보낸 문건이 공무상 기밀 유출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다.

김 전 원장은 지난달 29일 ‘일부 검정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이 현정부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기술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보도경위와 향후 조치 계획을 담은 A4용지 3쪽짜리 내부 보고서를 한나라당에 팩스로 보냈다. 문서 내용은 일상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정부측은 김 전 원장이 공무상 기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도 “김 전 원장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으로, 그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다”고 정부를 옹호하고 나섰다.

정부는 김 전 원장이 보고서에 “평가원은 교육부로부터 검정교과서 위탁을 받았지만, 검정위원 선정 등 대부분을 교육부가 주도했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덧붙인 점도 문제삼고 있다. 김 전 원장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증거란 얘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 전 원장이 우리 당에 자료를 보낸 것은 교과서 편향 기술과 관련한 언론보도 직후 우리 당의 전문위원이 요청해 해명차원에서 이뤄진 행동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김정숙·金貞淑 최고위원)는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김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교과서 편향기술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뒤집어 씌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의 초점이 본래 취지와 달리 김 전 원장의 개인비리 부분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보복수사’ 논란을 낳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문서 유출 파문이 불거지자 김 전 원장의 예산집행 문제 등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경찰청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김 전 원장에 대한 조사는 기본적으로 개인비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평가원장직을 사퇴한 데 대해서도 “김 전 원장의 문제를 알고 교육부가 그를 해임시키기 위해 평가원 이사회를 소집하자 먼저 사표를 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현 정권이 김 전 원장을 희생시켜 다른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황우여·黃祐呂 의원)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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