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자 권리가 최우선이다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20분


노조원의 장기파업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최근 일부 대형병원의 사태는 매우 우려된다. 3개월이 넘도록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제주 한라병원은 병원측이 파업노조원을 모두 해고한 데 이어 농성 중인 노조원과 이들을 끌어내려는 용역 직원들이 충돌해 2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가톨릭의료원과 경희의료원 집단농성의 경우는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가 직권중재와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은 불법이다. 2년 전 의사들의 집단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던 노조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명분도 약하고 설득력도 없다. 아울러 사용자측도 노사간 대화에 소극적인 채 은근히 공권력 투입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 상처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놓고 인내심 대결을 벌이는 노사의 비인도적 극한 행위에 환멸을 느낀다.

이번 사태로 가장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은 환자들이다. 병원 내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확성기를 틀어놓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수술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의사들이 청진기로 진료하는 데도 애를 먹을 정도라니 기본적인 치료조차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병원의 최우선 업무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려는 것은 환자에 대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 알아야 한다.

방관만 하고 있는 노동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익사업장인 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중재에 힘써야 할 노동부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환자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병원측과 노조는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타협점을 찾아 병원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병원은 병원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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