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수해현장 성난민심 안보이나

  • 입력 2002년 8월 16일 21시 44분


“사전에 대책을 세웠더라면 수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가 명백합니다. 행정당국의 탁상공론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됩니다.”

최근의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당한 경남 김해시 한림면 침수지역 주민들은 16일 당장이라도 농기구 대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분노가 극에 달해있었다.

김해시 관계자가 나서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침수 피해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수긍하는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주민대책위는 가구별 피해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을 마련하고 소송 등에 대비해 사진 촬영도 했다. 중소업체 대표들은 김해시청에 찾아가 시위도 벌였다.

김해평야는 도시화에 밀려 과거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곡창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옥답 수천㏊가 잠기고 가옥 수백채가 수장(水葬)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기진맥진해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을 더욱 열 받게 하는 것은 정부의 한심한 사후대응이다.

총리서리와 해당부처 장관 등의 주마간산(走馬看山)식 현장 방문이 이어지고 얼마간의 재해복구비가 지원된 게 전부다. 자치단체 공무원과 군부대 경찰 민간 구급대원 등이 물자수송과 응급복구에 비지땀을 흘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주일째 넘실대는 황톳물을 빼내는 일이 급선무이지만 생활터전을 잃은 주민 구호에서부터 전염병 예방과 폐사 가축 처리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다. 황폐화된 농경지와 주택, 기업체 복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어림조차 어렵다.

김해와 함안 합천 등에서 피해원인을 놓고 벌어질 공방도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현지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와 각 정당들은 손을 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번 영남지역 수해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민심을 어루만지는 일보다 중요한 사안은 무엇일까. 지방의 물난리가 대선 전초전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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