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강남으로… 강남으로…”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58분


올해 서울시내 고교에 전학 온 1학년생 10명 가운데 3명은 지방 출신이며 강남구 서초구 등 서울 강남지역 고교에 전학 온 1학년생은 전출생보다 48배나 많아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의 ‘서울·강남 선호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9일 서울시내 187개 인문계 고교 가운데 58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전입학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는 3월 한달 간 전학을 온 고교 1학년은 학교별로 평균 14.4명인데 비해 전학을 간 학생은 9.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고교 전출생 9.9명이 모두 시내 고교로 전학을 갔다고 가정하더라도 학교별로 전학생 가운데 4.5명(31.3%)은 지방 학교에서 전학을 온 셈이다.

강남지역 고교의 경우 학교별로 평균 0.5명의 신입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떠났지만 전학을 온 학생은 무려 24명이나 돼 전출입의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전출생이 전입생보다 많거나 신입생 배정 관련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고교 36곳에 대해 학교별로 3000만원의 특별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피학교’로 분류된 이들 36개 고교의 신입생 전입생은 평균 8.5명인데 비해 전출생은 13.28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동부(동대문 중랑) 5곳 △서부(은평 서대문 마포) 2곳 △남부(구로 금천 영등포) 2곳 △북부(도봉 노원) 2곳 △중부(종로 중구 용산) 4곳 △강동(강동 송파) 2곳 △강서(강서 양천) 6곳 △강남(강남 서초) 4곳 △동작(동작 관악) 5곳 △성동(성동 광진) 1곳 △성북(강북 성북) 3곳 등이다.

동작구의 A고교는 3월 한달 간 고교 신입생의 63명이 전학을 갔지만 이 학교에 전학을 온 학생은 11명에 불과해 대표적인 기피학교로 분류됐다. 성동구의 B고교는 26명이 전학을 떠났지만 새로 전학을 온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강남지역의 기피학교로 분류된 C고교의 경우 신입생 28명이 전학을 떠났지만 전학을 온 학생이 43명으로 집계돼 강남의 기피학교가 다른 지역이나 지방 고교생의 선호학교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간 균형발전을 위해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며 “특별예산은 학교장이 교수학습방법 개선과 교원의 연구능력을 높이는데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기 초에 전학 접수를 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밤샘 줄서기’를 벌이지 않도록 내년도 고교 신입생 전학 신청을 선착순 방문접수에서 인터넷접수로 변경할 계획이다.

올 3월 서울시내 특정 학교에 전학하기 위해 고교생과 학부모 수백명이 며칠씩 밤샘 줄서기를 하기도 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서울시내 지역별 고교 신입생 전출입 현황 (2002년 3월 한달 간)
구분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강동 강서 강남 동작 성동 성북 전체
전입생수11.3명12.7명14명15.1명8.2명14.3명14.2명24명14.3명12.9명11.4명14.4명
전출생수6명4명9명3.5명2명2.5명4명0.5명6명8명3명9.9명
자료: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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