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충격속의 연평도 현지표정

  • 입력 2002년 6월 30일 23시 50분


발묶인 어선. 사진=원대연기자
발묶인 어선. 사진=원대연기자
30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는 전날 남북한 해군의 치열한 교전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출어금지 조치로 연평도 포구에 발이 묶인 70여척의 어선은 이번 교전으로 희생당한 해군을 추도하는 근조(謹弔) 깃발을 내걸었다.

연평면사무소에는 이날 오전 전사한 장병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으며 순직한 해군을 추도하기 위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를 찾은 어민 김규한씨(40)는 “어민들이 편안하게 조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해군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참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을 펼치며 대북 지원에 힘을 쏟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겉과 속이 달랐다”고 분개했다.

평소 해군 장병들이 주고객인 연평도 읍내 식당 연평회관에는 29일 교전 뒤 해군의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군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화숙씨(43)는 “어제 교전 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사자가 20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 해군의 피해가 생각보다 적은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교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99년 6월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이 대승을 거둔 것과 달리 이번에 큰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운항을 재개한 실버스타호(569t급)를 타고 부대로 복귀한 해군 2함대 장병 20여명도 전우들의 참사 소식에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부대에 복귀하면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해병대 박성규 상병(21)은 “29일 군 복귀명령을 받았으나 배가 묶이는 바람에 인천 연안부두 인근의 해역 방위사령부에서 하루를 묵었다”며 “24시간 철통경비로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평도 어민들은 29, 30일 이틀간 조업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8만㎏의 꽃게를 잡지 못해 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어민들은 조업구역 내에 쳐 놓은 그물을 29일 교전으로 미처 걷어오지 못해 2, 3일이 지나면 그물에 걸린 꽃게가 모두 죽거나 상하게 된다며 애를 태웠다.

어민 유한석씨(50)는 “올들어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어민들의 주름살이 깊어가고 있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남북한 교전이 벌어져 연평도 어민들이 큰 시름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날 연평도 대청도 백령도 등 서해 5도에서는 평소 꽃게와 우럭, 놀래미 등을 잡아왔던 어선 310척(연평도 70척, 대청도 120척, 백령도 120척)의 발이 묶였다.

연평도〓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