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교육정책도 ´히딩크式´ 으로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53분


“공개 경쟁이 한국 축구를 키운 건 인정하면서 교육은 경쟁하면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재정경제부의 한 중간간부는 교육정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올 초 수도권 신도시의 고교 평준화 정책을 ‘공격’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를 ‘압박’했지만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닥쳐 ‘득점’에 실패한 경제 부처 당국자의 실망감이 배어 있다. 그는 ‘히딩크 축구’가 왜 성공했는지는 자명하다면서 “선수 선발 과정에서 학연이나 지연같은 고질적인 폐해를 없애고 경기 직전까지도 선수들을 경쟁시켰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교육 분야도 무조건적인 평준화 정책에서 벗어나 경쟁을 통해 ‘대표선수’를 키워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의 교육개방 주장도 비슷하다. 그는 “히딩크 같은 외국감독이나 안정환 설기현 등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 축구에 가져온 변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교수나 교사 등 외국 ‘지도자’를 적극 영입하고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외 유명대학 분교나 외국인 학교를 세워 한국 학생의 입학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반대하는 전교조나 평준화정책 유지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의 우려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소득에 따른 상하 계층의 격차가 커지는 마당에 자녀들이 학교에서까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영국의 베컴이나 오언 브라질의 호나우두나 히바우두 같은 선수를 ‘평준화’를 통해 키워낼 수는 없다. 축구공만 차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수학문제를 풀 것을 강요하는 평준화 시스템만으로는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을 살리기 어렵다. 상대편 골문 앞에서 맞은 결정적인 기회를 살릴 만한 스트라이커가 부족함을 아쉬워하는 심정으로 10년 후 ‘경제 월드컵’에 내보낼 대표선수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박중현기자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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