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곳을 아시나요…인하공업전문대 ´수준원점´

  • 입력 2002년 5월 17일 20시 21분


“백두산의 높이는 얼마일까?.”

물론 2744m. 한국의 각급 학교 지리 교과서에 명문화된 수치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백두산 높이를 각각 2750m, 2749m라고 말한다.

하나의 산을 두고 왜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올까?.

해답은 ‘수준원점’(水準原點)에 있다.

수준원점이란 국토의 높이 등 지형을 측정할 때 ‘해발 몇 m’하는 식으로 모든 측량의 기준이 되는 점. 원래는 평균 해수면(해발 0m)을 측량 기준으로 삼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육지의 특정 지점에 표지석을 세운다.

한국의 수준원점은 현재 인천 인하공업전문대학(남구 용현동 253) 교내에 있다.

신라시대 첨성대를 연상시키는 구조물(높이 346㎝ 넓이 2.2평) 안에 보관돼 있는 이 수준원점(대리석)은 해발 26.6871m. 측량 기준점 역할을 하는 만큼 굳이 땅 속을 파고 해발 0m 지점에 표시할 이유가 없다.

당초 수준원점은 1913∼1916년 관측한 인천 앞바다의 평균해수면을 기준으로 삼아 1917년 당시 토지조사국이 인천역 부근(중구 항동1가 2)에 세웠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훼손 우려가 커지자 1963년 12월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건설교통부 산하 국립지리원이 관리하고 있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인 만큼 인천 외에도 목포 원산 청진 진남포 등에서 평균 해수면 측정이 이뤄졌지만 남한은 인천, 북한은 원산을 수준원점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간의 지형 지물은 측량치가 다르다.

인하공업전문대 박찬영(52·토목과) 교수는 “수준원점은 모든 측량의 기준이 되는 만큼 통일이 되면 남북간 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곳곳에는 인천의 수준원점을 기준으로 각 지역의 높이를 측정해 2㎞ 간격으로 표지석을 세운 수준점이 5000개 가량 설치돼 있다.

주로 국도나 학교 등 공공시설 주변.

각 수준점에는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어 국립지리원에 문의하면 해당 지역의 정확한 높이를 알 수 있다.

섬의 경우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 이 수준원점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측정, ‘조위(潮位)관측점’을 정해 사용하고 있다.

인하공전에서는 매년 수준원점이 교내에 있다는 사실을 기념해 ‘원점’이란 이름의 행사를 벌인다. 개교 기념일인 4월24일과 9월 중순 각각 ‘원점마라톤 대회’와 ‘원점축제’가 열린다. 또 20∼24일에는 ‘원점체육대회’도 열린다.

이밖에도 매년 3월 열리는 신입생 설명회와 학교 홍보 출판물에도 ‘수준원점’이 단골 메뉴로 오르지만 학생들의 관심도는 학교측의 기대에 못미친다.

인하공업전문대 박영관 홍보팀장은 “수준원점은 인천의 자랑거리로 손색이 없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