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운동에도 금도는 있다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12분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월드컵 기간에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민주노총의 태도는 상식의 금도(襟度)를 벗어나 있다.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볼모로 잡고 구속자 석방, 수배자 해제, 해고자 복직, 노조 재산 가압류 해제 등을 일거에 이루어내려는 전략이라면 이는 민노총의 오판이다.

민노총이 문제 삼는 구속 수배 해고 가압류 등은 발전노조 불법파업 등 최근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법에도 관용이 따를 수 있겠지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도 많기 때문에 관용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월드컵 기간에는 세계의 눈들이 한국과 일본에 집중해 두 나라를 비교하고 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시기에 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강성 파업을 벌여 국가 및 기업환경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도덕적으로 합당하지도 않고 슬기롭지도 않은 행위이다.

노동운동은 근로자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노조 측 운동방식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정부나 사용자가 하는 일을 노조가 거들어서는 안 된다는 일부 노동계의 안티 흐름도 문제다.

월드컵은 정부와 사용자의 잔치가 아니고 국가의 대사이고 세계인의 축제이다. 서울시 지하철공사 등 서울시 산하 6개 공기업 노조는 월드컵 무분규 선언을 해 박수를 받았다. 6개 기관 노조가 월드컵 기간에 분규를 자제하는 소극성을 벗어나 서비스 개선 운동을 노조 차원에서 벌이기로 한 것은 본받을 만하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월드컵 기간 중 노사분규 자제를 요청하는 자리에 민노총이 참석도 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 측면에서도 잘못이다. 국가 대사에 협력할테니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요구를 했더라면 더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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