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학가 기성회비 납부거부 논란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대학가에 기성회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2월 과도한 기성회비 징수에 반발해 등록금 납부 거부운동을 벌인 데 이어 현재 학교측의 기성회비 사용 내용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대 학생회는 학교측의 기성회비 인상에 반대하는 교내 집회를 벌이면서 기성회비 인상률 결정에 학생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부경대 학생회도 지난달 말 등록금 인상분의 환불을 요구하며 두 차례 총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많은 대학에서 기성회비를 놓고 학생회와 학교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시설 지원비나 교직원 인건비 지급에 필요한 경비를 기성회비로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기성회비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기성회비 현황〓기성회비는 1960년대 초 각 대학에 기성회가 발족되면서 학교 운영 전반에 필요한 경비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대부분 대학 교직원의 인건비, 시설 지원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88년까지는 정부가 기성회비 금액을 결정했으나 이후부터는 각 대학 기성회가 자율적으로 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99년 한양대 학생회가 ‘기성회비 자율 납부’를 요구하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계기로 사립대는 99년 2학기부터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통합해 징수하고 있으나 국립대는 등록금에 수업료와 기성회비 항목을 따로 명시해 받고 있다.

국립대의 경우 92년부터 96년까지 매년 15%가량 기성회비를 인상해 왔으며 2000년, 2001년의 경우 수업료는 각각 5.0%, 3.7% 인상한 데 비해 기성회비는 4.6%, 9.2% 인상했다. 이에 따라 등록금의 70% 이상을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90학년도 서울대 의대 본과 1학년의 경우 수업료가 24만원, 기성회비가 35만원이었으나 2002학년도에는 수업료가 40만원인 데 비해 기성회비는 300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48개 국립대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2000년도 기성회비 집행 총액 7307억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332억원이 교직원 수당으로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학년도부터 국립대도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계 주장〓구정모(具政模)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대학들이 과도하게 기성회비를 인상해 학생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기성회비는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최병선(崔炳善) 예산담당사무관은 “기성회비는 지난 40년간 관행적으로 교직원 인건비, 시설 수리비, 각종 교육 관련 기자재 구입 등에 사용돼 왔다”며 “정부 지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업료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기성회비는 국고지원비와 상호 보완관계에 있으며 기성회비에서 교직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다”라며 “교육 재정이 확대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참교육전국학부모회 박인옥(朴仁玉) 부회장은 “기성회비는 기부의 성격을 지닌 만큼 반강제로 징수하기보다는 자율 납부토록 해야 한다”며 “일단 거둔 기성회비는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고 예산 집행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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