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리포트]권명회/창의성 개발위한 과학교육 아쉽다

  • 입력 2002년 3월 3일 23시 57분


최근들어 학원들의 이름바꾸기가 유행하고 있다.

00영재학원, XX영재교육원 등 ‘영재’라는 단어가 벤처라는 단어 만큼 퍼지고 있다.

영재라는 단어는 남보다 나은 능력과 높은 창의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은근히 자녀들에게 기대해보는 심리가 깔려 있는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에서도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 시대를 맞아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은 시의적절한 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계신 선생님 사이에서는 창의성 개발을 위한 교육 방법에 난감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말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방법은 무엇일까?

며칠전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요즘 유행하고 있는 탑블레이드 팽이를 사러 완구점에 갔다. 제조회사는 아이들이 팽이를 조립할 수 있도록 부품의 형태로 장난감을 제작하고 있으나, 완구점 주인은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된 팽이’를 팔고 있었다.

완구점 주인은 “요즘 아이들은 부품 조립을 귀찮아하고, 손재주가 없어서 부품 형태로는 장난감이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학시절 외국에서는 장난감이나 스포츠 용품을 완성품이 아닌 부품의 형태로 파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당시 부품형태의 제품은 부모와 아이들의 호응으로 인기가 높았다.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가격이 싸서 제품의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고 완성품을 직접 만드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장난감이나 자전거 등을 조립하면서 자연스레 창의성도 기를 수 있다.

장난감 부품을 조립하고 다른 장난감 부품과 바꿔 끼며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 본 아이들과 완제품을 갖고 노는 아이들 가운데 누가 더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홀대를 받고 있어서인지 학교에서의 과학 교육이 영재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과학교육도 시간과 장소, 장비의 부족으로 시험을 위한 이론수업이 이루어질 뿐 실험실습 교육은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는게 과학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사회에서도 펜이나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것이 우대받고, 연구직이나 생산직은 3D 업종으로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분야 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도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높은 창의성을 지닌 영재는 지식을 통하여 육성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21세기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는 창의성 있는 영재의 배출을 목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반해 정작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개인적 경험의 기회를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크다.kwonmh@incheon.ac.kr

권명회(47·인천대 물리학과교수, 인천고 학부모운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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