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갈등’ 불씨 남긴채 일단 봉합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51분


손은 잡았지만
손은 잡았지만
27일 철도노사가 특별단체교섭에 합의해 사실상 일단락된 공공노조의 ‘2·25 연대파업’은 ‘연대파업이 최선이었느냐’는 의문을 남겼다. 노조는 집행부의 희생을 각오하고 파업을 강행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해득실〓노조는 최대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던 민영화문제에서 별로 얻은 게 없는 셈이 됐다.

철도노조는 ‘철도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노사가 공동 노력한다’는 선에 만족해야 했다. 가스노조도 ‘구조개편의 시기와 시행방법을 노사정이 논의해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해고자 복직의 경우 철도노사는 2000년 12월 복직원칙을 제시했던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정신을 살리되 구체적인 방법은 올해 9월 말 이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손학래(孫鶴來) 철도청장은 “복직은 안되고 산하단체 취업을 알선해주기로 합의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신 철도노조는 요구사항이었던 3조2교대제의 완전시행 시점을 2004년으로 못박고 수당감소분도 보전 받는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3조2교대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규모는 불확실하게 넘어갔다. 3조2교대제 도입은 애당초 철도청도 수용할 마음이 있는 항목이었다.

정부쪽으로서는 민영화 철회와 해고자 복직의 두 가지 요구를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당초 원칙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은 과제〓공공부문 민영화 문제는 또다시 쟁점이 될 여지가 남아 있다.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이라는 표현은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7일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는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합의안을 놓고 3월 11∼13일 전체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합의안에 조합원들이 불만을 나타낼 경우 최근 서울지하철공사의 사례처럼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파업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해 노조집행부를 새로 구성하고 다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빠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심야협상 과정에서 어떤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이번 파업의 민형사상 책임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이면 합의했다면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정부의 언급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개선점은〓정부는 공공부문 연대파업을 촉발한 민영화정책에 대한 보완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부원장은 “정부가 법안을 내기 전 민영화의 불가피성과 고용승계 문제 등을 공론화해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개별사업장의 문제를 떠나 정부를 상대하려는 방식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은 “파업 목적에 완전히 공감하지 않는 조합원들도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노동운동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청과 전국철도노조의 특별단체교섭 합의내용
쟁 점당초 노조요구합의안
민영화법안 및 정책 철회철도의 공공발전 위해 공동노력
해고자58명 원직복직올해 9월 말 이전 노사합의 처리
근무형태3조2교대제 7월 실시2003∼2004년 단계 실시
수당감소분보전감소분 보전이 원칙
근로시간주 192시간→176시간경영진단 후 합리적 방안 검토
인력충원약 6900명 증원경영진단 결과 따라 단계적 시행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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