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쟁의행위 불법” 판결

  • 입력 2002년 2월 26일 17시 32분


기업의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조정은 고도의 경영상의 결단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해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이 다소 변경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구조조정 등은 경영권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공기업 민영화 등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인 파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26일 96∼98년 한국조폐공사 파업과 관련해 기소된 이 회사 전 노조부위원장 강재규(姜在圭), 전 조직국장 박갑준(朴甲俊) 피고인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나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 등은 경영 주체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 등은 파업 당시 임금협상 조기 타결 등을 내세웠지만 이는 쟁의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부수적인 것이었고 주된 목적은 노동단체와 함께 정부의 정리해고와 조폐창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구조조정 실시로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기업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강씨 등은 96년과 98년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의한 조폐창 통폐합 등에 반대하는 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강씨 등이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의한 조폐창 통폐합 등에 반대해 벌인 파업은 임금협상과 관련이 있으며 갑작스러운 통폐합 계획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쟁의행위의 목적 등이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폭행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헌법은 노동자에게 유일한 권리 보장의 수단으로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고 현행법은 근로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쟁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법부는 편파적 노동판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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