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사설]이공계 살리기 시급하다

  • 입력 2002년 2월 7일 19시 04분


올 대학입시 최종 등록에서 이공계의 등록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여러 대학에 복수 합격한 수험생들이 공대와 자연대를 포기하고 의대 치대 등 취업 전망이 밝은 학과를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 입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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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경우 공대와 자연대의 등록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진 81%에 그쳤으며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번과 같은 미등록 사태는 전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서울대 대학원 입시에서는 이공계 학과 중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고등학교 학급 편성에서도 이과(理科)반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를 놓고 이공계 대학교수들이 우리 과학기술의 기반 붕괴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험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공대를 나와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다른 진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이 문제의 해법은 결국 이공계 지망자들이 확신을 갖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대학이나 산업계에서는 병역특례를 확대하거나 장학금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거론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은 승진이나 처우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업에서 고급 기술인력들은 구조조정 때면 해고 1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술 인력이 푸대접받는 국내 현실에서는 장기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정부는 그동안 이공계 기피 현상을 방관해 왔다. 이번 이공계 대학의 미등록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에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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