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30,40代 직장인 다시 캠퍼스로

  • 입력 2002년 2월 7일 17시 58분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줄곧 일해온 윤민수씨(34)는 올해 다시 입시 준비를 해 서울대 치의예과에 합격했다.

윤씨는 “남들은 잘 나가는 직장을 다닌다고 부러워했지만 나 자신은 업무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늘 시달려야 했다”며 “나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학 입시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새로운 배움의 길을 택한 30, 40대 ‘늦깎이’들이 많이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의·치의예과나 한의예과, 법학과 등을 택해 최근의 실용학문 강세 현상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대상을 반영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경영학부에 합격한 신정기씨(44)는 현직 세무사. 20여년 전 말단 세무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틈틈이 야간대학을 다니다 96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자 2000년 국세청 6급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개인 세무사 사무실을 차렸다.

신씨는 “세무사 생활을 하다보니 세상의 빠른 변화를 절감했다”며 “납세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려면 결코 과거에 익힌 지식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대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말했다.

엄종민씨(35)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다니던 금속 관련 회사가 부도난 뒤 시련 끝에 이번에 서강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엄씨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나 홀로 설 수 있는 실력과 자격증이 필수”라고 말했다.

경희대 한의예과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현일씨(43)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83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2000년까지 이 회사의 설계부장까지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오던 장래 희망을 뒤늦게 이룬 ‘소신파’도 있다. 대학에서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습지 교사와 학원강사를 하다 홍익대 회화과에 합격한 박순덕씨(31).

박씨는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현실에 안주하며 살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며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한다는 초조함보다는 비로소 내 인생을 찾은 행복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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