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신축 주민동의제 논란…건축주 "금품제공 폐단도"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14분


서울 강남구가 건축허가 관련 민원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실시 중인 ‘주민의견 수렴제’(건축허가 신청시 반드시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주들은 6일 건축법상 관련 규정이 없는 이 제도로 인해 건축허가를 받는 기간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동의서를 받기 위해 인근 주민에게 금품까지 제공해야 하는 폐단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의견 수렴제란〓강남구가 1999년 12월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구청장 지침으로 도입했다. 건축대상 부지와 맞붙어 있는 주택이나 건물 소유주의 동의서가 없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건축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건축 허가권자인 구청장 지침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건축주로서는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초기에는 모든 건축허가 신청 건물에 적용했지만 건축주들의 반발로 인해 2000년 6월 5층 이상 건물로 적용대상이 축소됐다.

▽애타는 건축주〓삼성동의 대지 70평에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이웃 주민들로부터 건축 동의서를 받느라 1000만원을 썼다. 일조권이나 주차대수 등 건축 기준에 맞게 설계를 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층수가 높다”고 괜한 트집을 잡았다는 것.

김씨는 “동의서를 받기 위해 이웃 주민들에게 돈을 준 것보다는 설득을 하느라 건축허가가 5개월가량 늦어진 것이 더 손해였다”며 “불필요한 행정규제 때문에 건축주만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완책은 없나〓현재 동의서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건축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구청 건축민원조정심의위원회’의 조정을 받는 것. 이 심의에서 건축주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주민 동의서 없이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1년에 처리할 수 있는 민원 건수는 많아야 30여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강남구에서 연간 발생하는 2000여건의 건축허가 민원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 제도 도입으로 건축허가 관련 민원이 70%가량 줄어들었다”며 “몰지각한 주민 외에 건축주가 주민을 속이는 사례도 있는 만큼 민원심의위원회 개최 횟수를 늘리고 동의서에 건축조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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