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이상 출가 늘고 있다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1분


경제불황과 정보화의 물결 속에 30세가 넘어 출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무비 스님)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제20기 행자교육원 이수자 245명 가운데 30대 이상 출가자가 165명으로 67%를 차지했다. 조계종은 출가자의 연령을 20∼50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조계종 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매년 두 차례 열리는 행자교육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만년 출가’ 추세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생긴 현실 도피형의 ‘국제통화기금(IMF) 행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IMF’관리 체제에 접어든 97년 말 이전 30대 이상 출가자는 40%대였던 반면 98년 15기(56%), 99년 16기(59%), 2000년 18기(61%) 등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종단 일각에서는 “출가자가 고령화될 경우 수행 교육 포교 등 불교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령의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5세에 출가할 경우 행자 및 기본 교육을 맡고 스님으로 인정받는 구족계(具足戒)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은 걸린다. 여기에 본사와 말사 주지 자격이 주어지는 3급 승가고시를 치르려면 50세에 이르기 때문에 포교 활동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범어사 등 일부 교구 본사는 출가자의 연령 상한선을 40세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및 사회학자들은 ‘디지털과 속도만능의 풍조가 개인을 압박할수록 영성(靈性)을 추구하는 욕구도 증대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심재룡 서울대 교수(종교학)는 “기대수명과 소득이 늘어날수록 현실 이득 추구의 ‘제1의 삶’을 영위한 뒤 영적인 분야나 봉사로 ‘제2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인구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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