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출범4주년, 합의제 대신 협의제로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50분


출범 4주년을 맞은 노사정위원회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정책협의기구로 거듭나고 논의 방식도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등의 ‘만장일치식 합의제’보다는 협의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노동연구원과 노동법학회 노동경제학회 노사관계학회 공동주최와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열린 ‘노사정 협의모델 발전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최 부원장은 “노사정위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위기관리기구로 생겨 사회적 협력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국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라며 “그러나 현재 경영계 일각과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의 해체 또는 무용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노사정위 때문에 노사 관계가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민주노총은 노사정위가 정리해고제 도입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는 것.

최 부원장은 “노사정위가 양측의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당초의 위기관리기구의 성격을 벗어나 사회통합의 기능을 수행하고 노사 관계를 혁신하는 ‘프로모터’로서 위상을 확보하는 정책협의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사정위가 지금처럼 합의제를 유지하면 노사정 3자의 입장 차이로 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노사정위 스스로가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정 3자간의 합의가 꼭 노사정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노사가 양해해 정부가 책임지고 최종적으로 정책을 선택하도록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 위원장은 “노사정 협력체제가 안정되려면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자총협회 조남홍(趙南弘) 부회장은 “노사정위는 물가상승 억제선 등 기본원칙만 합의하고 구체적 시행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노사정위에서 탈퇴한 민주노총 토론자로 나온 허영구(許營九) 위원장 직무대행은 “세계적으로 노사정 3자간의 협력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대체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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