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위기 원인과 대책]권력 입맛대로 인사 검란 자초

  • 입력 2002년 1월 15일 19시 01분


현 정부가 출범한 뒤 99년 1월 대전법조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끝없이 추락해온 검찰이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사퇴 파동으로 다시 중대한 위기에 몰려 있다.

거듭되는 검찰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정권의 기반을 흔들었고 '국민의 정부'는 '검란(檢亂)의 정부'라는 얘기까지 나올 지경이 됐다.

검란은 직접적으로는 공정하지 못한 검찰권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지검이 99년 5월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 당시 고소인인 검찰총장 부인을 과잉보호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신 전 총장의 경우도 대검 중앙수사부가 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해 '부실수사'를 한 것이 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검란의 뿌리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자주성이 끊임 없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전체 사건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정치성 사건을 권력 핵심의 입맛대로 처리하면서 조직 전체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예속화의 시발점은 '인사'에 있다. 권력에 의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그들이 검사 인사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한 검찰권 행사는 권력의 구미에 맞게 행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용석(崔容碩)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권의 주문을 받아들이는 일부 검사들을 조직의 핵심에 포진시켜 놓으면서 검란을 자초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토대로 한 검찰 인사 시스템을 시정하지 않는 한 검찰의 정치적 종속과 검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특별수사검찰청(특수청)의 신설 방안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특수청의 책임자를 임명하고 그 책임자가 임기가 끝난 뒤에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 등을 노린다면 역시 공정하고 중립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력이 검찰을 이용할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권력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현실성 있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것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다. 일선 검사들도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면 '권력에 대한 충성심'만 있는 인물이 총장이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법학교수들은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인사위원회와 같은 객관적인 기구를 구성해 총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검란에 신물이 난다"는 한 검사는 "검사들은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전체 검사의 투표로 총장을 뽑아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김종훈(金宗勳) 변호사는 "검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인사 관행을 고치고 정치권의 입김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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