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새대입 '공허한 개혁'…상위권대 미달 등 수험생 혼란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6시 33분


《200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 결과 ‘대학 줄세우기식’ 입시제도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새 대입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정보 부족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혼란과 ‘붙고 보자’식 눈치작전은 여전했다. 특히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데다 수능 총점 누가 분포표(전국 석차)가 최초로 공개되지 않아 수험생들은 더욱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13일 마감된 원서접수에서는 하향 안전지원 경향이 두드러져 중하위권대의 경쟁률은 높아지고 상위권대는 오히려 내려가 상위권 대학들도 우수 학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험생 혼란〓수능성적이 원점수, 변환표준점수, 영역별 가중치 적용 등 대학별 반영 기준도 다양하고 교차지원 허용 등 변수가 너무 많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고 수험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서울대의 경우 13일 오후 5시에 학교측이 원서접수 창구인 체육관의 출입문을 폐쇄했지만 막판까지 지원학과를 결정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몰려 큰 혼잡이 빚어졌다.

미달사태가 우려됐던 이화여대도 마감시간에 임박해 수천명의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원서접수 마감이 3시간가량 늦춰지기도 했다.

▽상위권대도 고민〓서울대의 경쟁률은 2.59 대 1로 지난해 3.34 대 1, 재작년 3.44 대 1보다 크게 낮아졌고 간호학과(0.49 대 1)와 농생대 사범계(0.81 대 1)는 미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대는 당초 1단계에서 모집인원의 2배를 뽑는 다단계 전형을 하기로 했으나 일부 모집단위가 미달했고 자연계의 상당수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낮아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원자가 적으면 적은 대로 전형하면 된다”며 “수능과 비교과 성적 B급 이상 등 자격기준에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2단계로넘길방침”이라고밝혔다.

고려대도 서울캠퍼스 경쟁률이 2.55 대 1로 지난해의 4.75 대 1의 절반 수준이고 연세대 서울캠퍼스는 2.55 대 1로 지난해 3.85 대 1보다 크게 내려갔다.

이들 학교의 상위권 학과는 지난해 합격자의 1차 등록률이 10%대에 불과해 올해도 복수합격자들이 서울대로 대거 빠져나갈 경우 우수 학생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미충원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이화여대도 정원의 최대 50%를 수능 1등급자 중 4개 영역 우수자 순으로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경쟁률이 2.48 대 1로 전년도의 4.45 대 1보다 많이 떨어져 수능 1등급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개혁과 현실〓현 고3 수험생이 중3이던 98년 발표된 2002학년도 입시 개혁의 골자는 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전형을 통해 특기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새 입시제도로 교육현장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교육 당국은 주장했지만 ‘눈치작전’은 여전했다. 교육부는 “수능 총점을 공개하지 않아도 잘 살펴보면 얼마든지 정보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눈치작전과 적성보다는 성적 중심으로 붙고 보자는 식의 지원 경향은 여전해 입시 개혁의 성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 및 입시전문기관들의 지적이다.

수험생을 둔 이모씨(49)는 “교육부가 교육개혁 구호를 요란하게 외치며 수능 석차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10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최근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 총점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실에 대해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홍성철·박용기자>sungchul@donga.com

<홍성철·박용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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