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홍창의/영동고속도는 이상한 ‘도깨비도로’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2분


제주도에 가면 관광명소로 ‘도깨비 도로’가 있다. 내리막길 같은데 오르막이고, 오르막길 같아 보이는데 내리막길이다. 눈의 착각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기한 도로임에는 틀림없다.

대관령에 오면 ‘도깨비 고속도로’가 있다. 최근 확장 개통된 영동고속도로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종래의 ‘신갈∼강릉’ 구간이 ‘인천∼강릉’으로 기종점이 변경되어 명실공히 동해와 서해가 만나는 고속도로로 거듭났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든 언론도 축제분위기 속에서 서울∼강릉이 2시간30분대로 단축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운전자들은 횡계에서 강릉까지 순수 대관령구간만을 무려 1시간30분이나 걸려서 내려와야 한다. 직선이고 5차로로 확장됐는데도 옛날 고속도로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빠른 것 같으면서도 더 느린’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은 분명 ‘도깨비 고속도로’이다.

‘도깨비 고속도로’는 교통정책의 착각에서 비롯됐다. 첫째, 교통량 예측이 잘못되었다. 둘째, 진출입 연결로의 용량이 충분치 못하다. 셋째, 강릉 시내로 연결되는 도로의 정비가 사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넷째, 강릉 인터체인지의 요금소 출입구 개수가 개통부터 2009년까지 실시 설계에 계획되어 있지 않다. 다섯째, 강릉 인터체인지와 현남 인터체인지의 교통량 분담률 예측이 잘못되었다. 여섯째, 동해 고속도로의 향후 연차별 개통효과와 인접구간의 인터체인지 개통영향이 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시민들은 모두 다 즉각 알고 있는데 정작 정책 담당자는 언론을 거쳐 상부의 지시를 통해서야 일부만을 인정한다는 데 있다.

지금 강릉 톨게이트는 아수라장이다. 영업소의 출입구 수만을 늘리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보다체계적인 대책 없이는 올해 말 해돋이 관광객이 몰리는 시점이야말로 ‘도깨비 고속도로’의 백미를 장식할 것이다.

‘도깨비 고속도로’에는 폭설에 대한 대비도 미흡하다. 터널이 있고 경사를 완만히 하여 문제가 없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만, 아직도 상당한 경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빙판과 폭설에 대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홍 창 의(관동대 교수·교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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