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마을을 서울의 몽마르트르로”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5분


한옥 밀집지인 서울 종로구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북촌마을’이 가장 한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중심이 된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한옥을 사들여 전시관과 공방(工房), 민박장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문화예술인들이 점차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전통과 예술이 접목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에 집이나 작업장을 마련한 문화예술인들은 ‘서울의 몽마르트르 언덕(프랑스 파리의 예술인 밀집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촌마을〓경복궁과 비원 사이에 있는 한옥촌. ‘딸깍발이 선비’가 많이 살던 남산 한옥마을과는 달리 유명 인사들의 주거지였다. 현재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이 살던 집과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 선생의 집터,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金玉均)의 집터 등이 있다.

85년까지만 해도 1500여채의 전통가옥이 밀집해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촌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곳 역시 개발 바람에 밀려 현재 924채의 한옥만 남아 있다.

▽민간단체 활동〓한옥사랑시민모임(한사모·http://cafe.daum.net/hanoksarang)이나 한옥아낌이모임(한아모) 등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280여명의 회원이 있는 한사모는 북촌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99년 초 결성됐다. 한옥 4채를 민박용으로 내놓아 외국인 손님을 받고 있고 자체 개보수팀을 운영해 한옥의 멋은 그대로 살리되 살기 편하도록 고쳐주기도 한다.

한사모 박인숙 회장(42·여·종로구 삼청동)은 “수년간 한국에 살았던 외국인들도 민박을 하고 난 뒤 ‘호텔이나 여관에 묵었더라면 한국의 깊은 멋을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한아모 회원들은 다른 곳에 살다 이곳의 한옥을 사들여 살고 있는 재력가들. 한아모 회원인 박모씨(여)는 “북촌마을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 채를 사 개보수를 하고 있다”며 “내년 월드컵을 전후해서는 민박용으로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거리〓국무총리 공관 맞은편 종로구 삼청동 35 일대는 문화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문화 예술인촌’으로 바뀌고 있다.

신중현(생옻칠), 신명덕(장승공예), 임소연(전통인형), 조일순씨(매듭 염색) 등 이미 이 부근에 자리잡은 ‘대가’들에다 권영현(공예),최욱(건축),김선정씨(서양화) 등 소장파 작가들이 합류해 작업실 겸 전시장을 마련한 것.

서울시도 이 일대를 문화예술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소규모 공원과 전망대 주차장 등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환경개선단 강맹훈 북촌팀장은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한옥 7채를 매입해 북촌문화센터와 한옥전시관 박물관 전통공방 등으로 꾸며 내년 월드컵대회 전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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