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일선 고교 진학지도 혼란

  • 입력 2001년 12월 4일 17시 07분


제 수능 점수로 신소재공학과에 지원해도 될까요?

수능 점수는 높은데 학생부 성적이 낮으니 한 단계 낮춰서 다른 학과를 찾아 보는 것이 좋겠어.

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3학년 교무실. 삼삼오오 몰려든 고3 학생들과 교사들이 곳곳에서 사설 입시전문기관이 만든 대학배치표 등을 펼쳐 놓고 상담을 하느라 북새통이었다.

수능 총점 누계분포 등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확한 성적 수준을 가늠하지 못해 학생들의 성적과 지원 가능 대학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수능 성적 영역별 가중치는 어떻게 됩니까? 내신 반영 기준은 평어인가요, 아니면 평균석차 백분율인가요?

비슷한 점수대의 아이들보다 언어영역 점수가 10점 높은데 인문계로 교차지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에 있는 대학의 공대를 지원하려던 3학년 김모군의 질문이 인문계 학과로 이어지자 상담 교사도 손을 들고 말았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뒤 일선 고교들이 본격적인 진학지도에 나섰지만 복잡한 대학별 전형요강과 부족한 진학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진학 상담에 앞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학지도 시험까지 치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경복고 3학년 김남형(金南亨) 교사는 “각 대학 전형 요강이 너무 복잡해 30∼40개 주요 대학의 전형 요강을 외우며 진학지도 공부를 하고 있다” 며 “학생들에게 지원대학의 입시요강을 분석한 뒤 상담하라고 부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 D고는 3학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각 대학 모집 요강과 대학입시제도 등 진학지도 공부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총점 누가 분포표까지 공개되지 않자 진학지도는 더욱 힘들어졌다.

서울 강남의 일부 고교들은 부족한 진학지도 자료를 얻으려고 학생들의 수능 총점을 모아 자체적으로 총점 누적분포표를 만들고 있다.

서울 S여고 3학년 김모 교사는 “‘학생 줄 세우기’ 를 막는다는 취지의 수능 총점 석차 비공개 방침이 오히려 입시전문기관의 ‘학생 줄 세우기’ 를 조장하고 있다” 며 “수능 총점 누가 분포표 등 진학지도 기초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부터 대학입학 원서를 내야 하는 학생들도 ‘안개 속’ 을 헤매기는 마찬가지.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무작정 재수를 고집해 부모와 교사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일선 고교 한반에 10여명 정도가 원서도 내지 않고 재수를 결심할 정도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299점을 받고 재수를 고려하고 있는 서울 K고 3학년 최모군(19)은 “한반에 절반 정도는 재수를 생각하고 있다” 며 “일단 대학에 입학한 뒤 다시 수능시험을 준비하려는 친구도 많다” 고 말했다.

수능 성적 발표 후 1주일 만에 대학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것도 일선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교사들은 “지난해보다 10여일 정도 진학 상담 기간이 줄었다” 면서 “일요일까지 반납하고 진학 상담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 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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